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게임사들의 경쟁 애플리케이션 마켓(앱 마켓) 입점을 막은 구글에 4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모바일 게임사들의 원스토어 게임 출시를 막아 앱마켓 경쟁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시정조치 대상은 구글LLC·구글코리아·구글아시아퍼시픽이다.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독점 출시하도록 유도해, 국내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골자다.
특히 구글플레이는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서 90% 안팎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원스토어를 고사하는 전략을 펼쳤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배경이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선 구글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6월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가 통합 국내 앱마켓인 원스토어를 출범하면서 앱마켓 구도에 변화가 예상됐다.
이에 구글은 곧바로 원스토어의 게임 출시를 막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앱마켓 매출의 약 90%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지배력 남용은 원스토어가 등장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약 2년간 계속됐다.
원스토어를 배제하고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독점 출시하는 업체에 ‘피처링’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처링이란 앱마켓을 열었을 때 화면 첫 페이지 상단이나 별도 배너 등 이용자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임을 노출해주는 것을 뜻한다.
몇몇 초대형 게임에 대해선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를 위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내기도 했다. 구글 매출 비중 상위 4대 게임사에 대해 독점 출시 조건으로 해외 진출, 공동 마케팅, 피처링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 그 예다. 게임사별로 등급을 나눠 각 등급별로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 확보를 위한 대응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공정위는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라고 쓰인 구글코리아 직원의 업무 메모를 확보하기도 했다.
구글에서 이 같은 전략이 경쟁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인식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반경쟁 관련 정부 측 또는 대외홍보 측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이 독점 출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지 말지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담은 구글코리아 내부 회의록을 입수했다. 그러나 구글은 회사 내에 관련 메일을 삭제하도록 요구하거나 오프라인에서만 관련 논의를 하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최대한 관련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시도했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자사 플랫폼에 게임사들의 독점 출시를 유도한 덕에 구글은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점유율을 2016년 80%에서 2018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5~20% 수준에서 5~10%대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는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대방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는 최근 플랫폼 시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사례”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