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김원식·30)가 법원에 출석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이날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비와 래퍼 나플라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라비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흰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냐”, “뇌전증이 맞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모두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채 법정으로 향했다. “팬들이나 국민께 하실 말씀이 없냐”는 말에는 “정말 죄송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라비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병역 브로커 구 모(47) 씨 등과 공모해 거짓 증상으로 뇌전증을 진단받아 병역을 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와 소속사 공동 대표인 A씨는 2021년 3월 구 씨에게 약 500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받았다. 라비는 이 시나리오대로 실신한 것처럼 119에 허위 신고를 했고, 이후 병원을 찾아 뇌전증 증상을 연기했다.
의료진 측은 뇌전증 의심 소견이 없다고 진단했으나, 라비 측은 약 처방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의료진 측은 라비 측의 거센 요청에 못 이겨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서를 발급했고, 라비는 이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이후 라비는 중앙신체검사소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만 뇌전증 치료약을 복용하는 등 방법으로 사회복무요원 복무 대상인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라비 측은 이날 재판에서 본인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4급 판정을 받고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래퍼 나플라는 소속사 대표인 A 씨, 병역 브로커 구 씨 등과 공모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구 씨 등은 나플라가 141일간 출근한 적이 없음에도 출근기록과 근무현황 등 출석부를 조작해 ‘복무부적합’으로 소집해제 절차를 밟도록 했다.
나플라 역시 이날 법정에서 본인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 같은 연예인 병역면탈 의혹은 구 씨와 또 다른 병역 브로커 김 모(38) 씨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며 알려졌다. 이들 브로커의 의뢰인 중에는 프로배구 조재성 선수와 프로축구 김승준 선수, 배우 송덕호(김정현) 등도 포함됐다.
구 씨 측은 지난 1월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뇌전증 환자에 대한 모호한 병역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면탈자들이 구씨에게 연락해 이전에 뇌전증을 겪은 것처럼 거짓말하며 면탈 방법을 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