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모르는 여성을 집까지 쫓아가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의 당초 목적이 성범죄였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라진 7분-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진실’ 편을 통해 당시 사건 정황 등을 다시 살펴봤다.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피해자 박모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현관에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가해자인 30대 남성 이모씨는 건물 바깥에서부터 몰래 접근해 피해 여성 박씨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박씨가 쓰러진 뒤에도 여러 차례 머리를 발로 차는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다. 이씨는 정신을 잃은 박씨를 CCTV의 사각지대로 어깨에 둘러멘 채 옮겼고 약 7분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건 발생 사흘 뒤 부산의 한 모텔에서 이씨가 검거됐다.
박씨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 신경이 손상돼 오른쪽 다리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CCTV에 찍히지 않은 7분간 이씨가 성폭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박씨는 판단하고 있다. 박씨가 쓰러졌을 당시 병원에 찾아온 그의 언니는 동생의 바지를 벗겼을 때 속옷이 오른쪽 종아리 한 쪽에만 걸쳐 있었다고 떠올렸다. 의료진들 또한 박씨의 몸 상태를 볼 때 성폭행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성폭행에 대해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절대 아니다. 여자친구도 있는데 그 상태에서 성행위가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냐”면서 완강히 부인했다. 또 7분간의 행적에 대해서는 “뺨을 치며 나름의 구호활동을 했다”면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119에 신고는 못 했고 주민들 소리가 들려 현장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의 지인들은 그가 “피해자를 봤는데 꽂힌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일 거리를 배회하다가 박씨를 발견하자 “사고 한 번 쳐야겠다”고 말하며 쫓아갔다는 것이다. 이어 “그걸 했다. 그거하고 그냥 사고 쳐버렸다”고 말도 했다고 한다.
사건 당시 이씨와 함께 있던 그의 전 여자친구는 이씨가 ‘서면 오피스텔 사건’, ‘서면 강간’, ‘서면 강간 살인’ 등을 검색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당시 기억을 잃은 데다 경찰과 피해자 모두 사건이 한참 지난 후에야 성폭행 가능성을 의심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씨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와 함께 구치소에 있었다는 엄모씨는 “이씨는 ‘언제든지 틈만 보이면 탈옥할 거다’, ‘나가면 피해자를 찾아갈 거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때 맞은 것 배로 때려 주겠다’라고 했다”며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이름, 집 주소를 알고 있더라.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씨는 이어 “(이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며 “본인은 억울하다고 ‘재판부 쓰레기다. 걔들도 다 죽어야 한다’고 이렇게 얘기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직 경호업체 직원인 이씨는 성매매·협박·폭행 등 범죄 이력을 가진 전과 18범이다. 강도상해죄로 6년을 복역한 뒤 공동주거침입으로 다시 2년을 복역하고 출소후 불과 3개월 만에 재차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고 피해자와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