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는 여성 5명 중 1명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임신 준비 지원사업에 참여한 20~45세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 19.48%(443명)가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난임은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일차성 난임은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경우다. 반면 한 번 이상 임신에 성공했지만 인공유산이나 자연유산을 경험한 뒤부터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상태를 이차성 또는 속발성 난임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차성 난임이 72.2%(320명)를 차지했고, 나머지 27.8%(123명)가 이차성 난임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인공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인공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 배 높아 난임을 부르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밖에 체질량지수(BMI)와 연령도 난임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BMI 23kg/㎡ 이상인 과체중 여성은 BMI가 그보다 낮은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1.58배 상승했다. 과체중이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배란장애나 난모세포에 악영향을 주면서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연령별 난임률을 살펴보면 30세 미만인 경우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 등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난임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35세 이상인 여성은 그보다 나이가 어린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1.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이 떨어져 유산율과 염색체 이상 비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난임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난임 유병률은 약 15%다. 국내 역시 2017년 14만 6235명이던 여성 난임 환자 수가 2021년 16만 2938명으로 4년새 11.4% 증가했다. 그에 반해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한정열 교수는 "유산 경험이 있으면 자궁 내막의 손상으로 자궁내막이 얇아져 난임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감염, 자궁 유착 등 신체적 요인과 더불어 심리적인 요인이 난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강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심리적 지원과 난임 치료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산부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CEOG(Clinical and Experimental Obstetrics and Gynec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