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직은 중앙은행의 물가목표를 높일 때가 아니다”면서도 “장기침체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신흥국은 (물가목표 조정이) 새로운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주제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토론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은 교과서를 따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가 모르는 것은 저인플레이션 시대나 구조적 장기침체, 제로금리 제약 등으로 다시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미래에 신흥국만 단독으로 구조적인 장기침체에 직면할 경우”라면서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빠른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이 같은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신흥국은 장기침체나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경우 양적완화(QE)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지금은 우리의 물가목표를 바꿀 때는 확실히 아니지만 살짝 목표를 높이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연구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환율 급등 당시 당국의 외환 개입이 원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를 막는 ‘안정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9~10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통화개입 효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국의 외환 개입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늦춰 투자자들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여지를 줄 수 있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날 토론에는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와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하메드 엘 에리언 퀸스칼리지 총장, 실바나 텐레이로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