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국제노동기구) 정신의 기본인 필라델피아 선언 1조는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입니다.”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국정 방향을 두고 노동계가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현 노동 정책 책임자와 과거 노동운동가 사이에서 고민이 엿보인다.
이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계 자료 비치와 보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주간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실시한다는 브리핑을 열었다. 이 같은 노조 회계 투명화 대책을 두고 노동계는 노조 자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 장관은 “노조가 지향하는 바는 반칙없고, 특권 없이 법을 지키는 세상”이라며 “대부분 노조는 법을 지키면서 노동 운동을 한다, 최소한 범위 내에서 법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21일부터 시작될 현장조사를 두고 노조와 고용부 조사 담당자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부가 노조 장부를 보기 위해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며 “현장 조사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해 노조에 설명했고 협조를 요청했다, 최소한 범위 내에서 확인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현장조사에 최소 인력을 투입하고 경찰을 대동하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이 장관은 이날 대책을 설명하면서 노동운동가로서 노조의 본래 역할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관이 한 말은 ‘노조의 생명은 민주성과 자주성이다’, ’노조는 우리가 민주주의 학교라고 부른다’ 등이다. 이는 작년 말부터 화물연대와 건 노조 불법 대응에 나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이 노조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 발언을 했던 것과 대비되는 말들이다.
그는 최근 국정 방향인 노사 법치주의와 여러 사업장에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근로자는) 감정이 있고 존중을 받아야 한다, 노동은 상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말은 1944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서 개최된 ILO 총회에서 채택된 선언 중 첫번째다. 노동의 가치를 설명하는 명구다. 이 장관은 작년 5월 취임 첫 행보로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을 참배했다. 역대 고용부 장관 중 처음이다. 이후 고용부는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부처가 되면서 노동계로부터 강한 우려와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