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미국에서 올해만 여섯 번째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현대차(005380)그룹의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테슬라는 수익성이 나빠지더라도 가격 정책을 고수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그룹이 테슬라발(發) 치킨게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19일(현지 시간) 모델Y, 모델3 차량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을 각각 3000달러(약 400만 원), 2000달러씩 인하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올해 들어 벌써 여섯 번째이며 이달에만 두 번째다. 이달 초에도 두 차량 가격을 2000달러, 1000달러 내린 바 있다.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비용 감축을 통해 차량 가격을 중요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높은 마진보다는 판매량 확대가 더 맞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졌지만 북미 최대 전기차 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치킨게임을 밀어붙이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1분기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2.4%로 지난해 4분기(59.3%) 대비 3.1%포인트 올랐다. 판매량은 16만 1630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000270)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1만 47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기차 치킨게임과 IRA 정책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3·모델Y는 최근 발표된 미 전기차 보조금 수혜 차종에 포함된 반면 현대차나 기아 차종은 전무했다. 앨라배마공장에서 조립되는 제네시스 GV70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해 배제됐다.
문제는 테슬라를 따라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테슬라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기존 19%에서 11%로 크게 하락한 데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처럼 가격을 내렸다가는 막대한 투자가 예정된 전기차 사업에서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얘기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10년 가까이 전기차만 운용하며 양산 체제를 갖춘 테슬라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쫓아가기에는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호실적이 기대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인센티브를 확대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