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가 24일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지원해온 북한인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동시에 지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맞물려 북한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한 대북 제재 공조 노력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 정부가 동시에 북한 조선광선은행 소속의 심현섭을 독자 제재 목록에 올린다고 밝혔다. 신현섭은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암호화폐를 포함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불법 금융 활동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 자금 조성에 가담해왔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사이버 분야에서 한미가 같은 대상을 동시에 제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가상자산 탈취 등 IT 인력의 불법 사이버 활동이 북한 정권 돈줄의 핵심으로 부상하자 한미 당국은 이에 대응해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회의를 세 차례 여는 등 공조를 이뤄왔다.
외교부는 “한미 간 소통을 바탕으로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동결 및 압수하고 불법 수익 자금을 회수해 활동을 위축시키는 성과를 거둬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한미가 무력 시위에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읽힌다.
지난해 북한이 암호화폐로 8000억 원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 2월 외교부는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북한인 4명, 기관 7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사이버 분야에서 대북 독자 제재를 내린 첫 사례였다. 외교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 및 민간 분야와 공조를 강화해나가겠다”며 “금융 당국의 허가 없이 제재 대상과 금융 거래를 할 경우 외국환거래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