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롯데를 제치고 재계 순위 5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물적 분할에 따라 신설된 회사 ‘㈜포스코’의 주식가치가 자산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우현 OCI(010060) 회장은 국내 대기업에서 첫 외국인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재계 순위 6위였던 포스코그룹이 5위로 올라섰다. 기존 5위였던 롯데그룹은 6위로 떨어졌다. 포스코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96조 3000억 원에서 올해 132조 1000억 원으로 급증한 반면 롯데그룹의 자산총액은 121조 6000억 원에서 129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경영 성과가 아닌 물적 분할에 따른 자산 규모 재산정의 결과라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존속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신설 회사 ‘㈜포스코’로 물적 분할했다. 그 결과 존속회사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한 신설 회사 포스코의 주식가치 약 30조 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됐기 때문이다.
8개 그룹은 이번에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대기업집단은 각종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과 상호출자금지·순환출자금지 등의 의무가 부과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으로 나뉜다. 최근 코스닥 시장을 견인했던 에코프로(086520)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LX그룹은 LG로부터 독립한 지 2년 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외국인이 국내 대기업 총수로 지정된 첫 사례가 됐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 자료 제출을 요청해 총수·배우자·총수 2세의 국적 현황을 공식 파악한 결과 이 회장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그 외 동일인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총수 2세가 외국 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에 지정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 친족의 경영 참여가 활발한 OCI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반면 쿠팡에는 김범석 개인의 회사나 친족 회사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아 규제 효과가 크지 않다”며 “OCI가 이 총수 지정 이후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도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올해 ‘동일인 판단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예규)’을 제정하고 총수 판단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이중국적 포함)의 총수 2세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다만 이에 따른 통상 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