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미중, 싸울땐 싸워도 대화가 필요해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마이클 스조니 외 지음, 미래의창 펴냄)

세계 석학 54명·46개 주제로

꼬일대로 꼬인 미중관계 조언

시진핑 국가안보 최우선 정책

바이든은 적으로 프레임 맹공

극단 치달으며 전세계에 피해

"교류단절 해결책 아냐" 꼬집어






‘죽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을 개방으로 이끈 1970년대 이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건설적 관여’를 기본 방침으로 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일부에서는 ‘관여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관론을 제기한다.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힘을 축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규칙 기반 질서’에 포용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서 나온다. 바로 중국의 내적 모순과 미국 등 외부의 대중 프레임 필요에 따른 결과다.

최근 번역된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원제 Critical insights into US-China relations)’은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최고 석학 54명이 총 46개의 주제로 현재 꼬일대로 꼬인 미중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조언을 담고 있다. 이들에는 안보, 경제, 군사개발, 기후변화, 공중보건, 과학기술, 교육, 홍콩과 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들이 포함돼 있다. 두 나라와 경제·안보에서 깊숙이 연결돼 있는 한국의 독자들이 주의깊게 살펴야 하는 미국 학계의 최근 인식이다..

우선 중국의 내적 모순으로는 점차 경직화되고 있는 중국 체제가 미중 관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안정’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아 왔다. 더욱이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국가안보’는 중국의 최대의 목표가 됐다. 시진핑과 중공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르짖을 수록 체제 반대파에 대한 통제에 열중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해외로부터의 어떠한 견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됐다. 저자는 “어느 나라나 대외 안보와 대내 안정을 모두 중시하지만 대부분은 대외에 더 비중을 둔다”며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내부 통제에 몰입하는데 이는 공산당 일당체제 유지가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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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중국 문화산업에도 이런 모순이 짙게 배어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상품 수출국이지만 유독 문화분야에서는 해외에서 죽을 쑤고 있다. 이는 중국이 생산하는 문화상품들이 결국 중국내 사회안정을 유도하는 ‘애국주의 고양’ 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과 달리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중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면 미국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책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국은 중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간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공격한다. 중국이라는 ‘적’을 만들면서 양극화·인종차별·경제난 등으로 불안한 미국의 정치와 사회 불안을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특히 강력한 외부 군사력의 존재는 미국 군산복합체를 지탱할 수 있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저자는 “중국 만큼 큰 규모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핵잠수함, 항공모함, 스텔스전투기 등을 대량으로 발주해달라는 국방부의 요청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강조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이 극단의 충돌로 치닫는 것은 결국 양 국가와 전세계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부지런히 채우고 있다. 하지만 문제 투성이인 중국 시스템이 미국을 대신할 수는 없을 테고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저자는 디커플링 등 중국과 교류단절이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는 해결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내 NGO 등 시민사회를 지원하고 중국 학생들의 미국사회로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 “미국은 중국과 어느 국가가 더 폐쇄적인가를 두고 경쟁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가장 개방적이 독창적이며 선구적인 학문적 작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2만3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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