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물은 얼마나 줘야 해?”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낯설지 않다. 정확하게 물 주는 주기를 기억하지 않고도 식물만 보고도 물을 주며 잘 키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기대로 물을 줬는데도 금방 식물이 시들시들해 끝내 죽는 경험을 여러 차례 거친 사람도 있다. 신간 ‘그랜트의 식물 감성’은 이같은 ‘식초보(식물과 초보의 합성어)’가 겪는 고민부터 식물을 돌보는 기쁨까지 다룬 에세이다.
저자는 베란다도 없는 네 평가량의 실내 공간에서 식물 300여 종을 키우고 있다. 저자가 처음부터 식물을 잘 키웠던 것은 아니다. 저자도 한두 달에 한 번 물을 주면 되는 다육이 식물을 키우면서 물을 지나치게 많이 줘 괴사시켰다. 이때 다른 식초보들은 ‘식물 키우는 건 나와 맞지 않다’며 포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녹색에 대한 갈증을 더 느끼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식물이 없는 공간에서는 1분도 머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육이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더 많은, 더 다양한 식물을 건강하게 키워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식물이야말로 순수하고 공정한 생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물마다 각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그 환경이 만들어질 때 식물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자란다. 식물을 잘 키우는 환경을 돌보는 과정이 오히려 식물이 자신을 돌보는 것 같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식물에 대한 저자의 이같은 애정은 단순히 다양한 식물을 가져와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는 식물 키우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특정 식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모두가 같은 식물을 원하고 그 결과 가격이 치솟는다.
식물이 갑자기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SNS에서 이색 식물로 조명되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에 공기 정화 효과가 크다는 점이 강조될 때 특정 식물에 이목이 쏠린다. 그러나 이같은 식물 유행이 반짝하고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에서 저자는 비판한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과 같이 성실함, 책임감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관엽류, 특히 천남성과 식물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계절에 맞춰 분갈이도 해야 하고 가지를 정리하고 해충에 대처해야 한다. 그럼에도 식물을 키우는 게 좋은 이유는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자리에서 조용히 선을 지키며 휴식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식물에 대한 저자의 글과 함께 150여 장의 식물 사진이 수록돼 있다. 책 표지에는 피톤치드 향을 가미해 독자들이 책을 읽는 내내 초록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나도 식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