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 수순을 밟는 등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신용협동조합 등 국내 상호금융권의 예·적금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예·적금 금리를 인하해 수신 자금이 빠져나간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과는 달리 상호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자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신협의 올해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36조 4000억 원으로 전월(135조 7000억 원)과 비교해 7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1월 말(133조)과 비교하면 2달 사이 3조 4000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올해 1월 14조 2000억 원, 2월 13조 9000억 원, 3월 13조 7000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신 잔액이 줄고 있다는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저축은행들의 수신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도 3월 말 기준 842조 4292억 원으로 2월 말 853조 226억 원보다 10조 5933억 원 감소했다.
올 3월은 미국의 SVB가 대규모 뱅크런으로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위기감이 고조된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지역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이 거론됐으며 일부 재테크 카페 등에서는 소비자들 스스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일부 제2금융권 금융기관을 솎아내 예·적금 가입을 피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금융 소비자들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목된 상호금융권에 자신의 돈을 맡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상호금융업권에는 수신 자금이 몰리고 저축은행 및 시중은행에서는 자금이 이탈한 이유로 예금 금리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가 두 번 연속 동결되면서 연 5% 안팎의 고금리 수신 상품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상호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해 예테크족의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협의 예금 금리는 3월 기준 평균 4.43%로 저축은행(3.62%)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새마을금고 역시 4.54%로 저축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대구대서·북성 신협 등 수십 곳 지역 신협들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는 4.6%이고 내당천·광장·한라·동대구·대원 신협은 4.5% 금리를 제공한다. 새마을금고는 더 높다. 신천·연희·동구 금고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상품 금리는 5.1%에 이른다. 신협 역시 올해 1월(5.27%)보다 금리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저축은행이 1.58%포인트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락 정도가 덜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국내 상호금융에 맡긴 돈도 은행처럼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