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농업혁신 '팜테크'·탄소감축 '바이오연료'…식량·기후 난제 푼다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보건의료·경제·안보 핵심 첨단 바이오 시대 열자

<중> 바이오헬스 패러다임 바뀐다 - 그린·화이트 바이오 급부상

-'식량위기 해결' 그린바이오

바이오 진화로 농식품·농생명 혁명

연7%씩 성장 4년후 2조弗 시장 전망

CJ제일제당, 작년 5조 매출 성과도

-'기후위기 극복' 화이트바이오

식물·미생물 원료로 플라스틱 대체

생분해 봉투 등 친환경소재 개발 활발

탄소중립 관심 높지만 정부지원 미흡





‘바이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의약품·백신을 떠올린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농업·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명공학 기술이 쓰인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레드·그린·화이트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의료 제약 분야는 ‘레드바이오’이다. 혈액의 붉은색에서 따와 레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백신·치료제, 의료기기 등이 레드바이오에 속한다.



그린바이오는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해 농업·식품 등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뜻한다. 대체식품 등 식물 단백질 육류 묘사 기술, 동물세포 배양 기술과 종자 분야에서 분자, 디지털 육종, 유전자 가위 기술이 대표적이다. 동물용 의약품 분야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 줄기세포 기술, 생명 소재 분야의 곤충·해양생물·식물 정유 등도 포함된다. 화이트바이오는 옥수수·콩·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합성생물학·대사공학도 화이트바이오의 주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위기 속 탄소 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떠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그린·화이트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화학사들은 그린바이오 분야 기업을 합병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세계 그린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2020년 1조 2000억 달러에서 연평균 6.7%씩 빠르게 성장해 2027년에는 1조 900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그린바이오 기술 수준은 미국의 80% 수준으로 2~5년이나 뒤처져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2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 기준 5조 4000억 원 규모의 국내 그린바이오 시장을 2027년까지 10조 원으로 키우고 유니콘 그룹 15개 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산업화 촉진, 혁신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펴며 2027년까지 1000억 원 이상 전용 펀드를 확대하고 범부처 정책금융(2조 2000억 원), 혁신성장펀드(3조 원) 등 다양한 자금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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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식품·사료첨가제 품목 7종(트립토판·발린·알지닌·이소류신·히스티딘·핵산·농축대두단백)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브라질 글로벌 농축대두단백 1위 업체 ‘셀렉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아미노산 공장을 증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그린바이오 사업으로만 5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웬만한 국내 중대형 식품 기업이나 제약 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LG화학이 인수한 팜한농도 마찬가지다. 팜한농은 애초 농약·비료 생산 기업이었는데 식물 종자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팜한농은 글로벌 톱10 그린바이오 기업이라는 비전으로 해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작물보호제 사업은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 등 자체 개발 신규 원제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종자 사업에서는 양배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 품종의 해외 출시를 확대한다.

벤처·스타트업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오앱은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를 활용해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식물 기반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은 담뱃잎에 돼지열병 항원단백질을 도입해 백신을 제조했는데, 병원성 복귀의 위험이 없고 수입 백신 대비 약 80%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화이트바이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화이트바이오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나 미생물·효소 등으로 화학 산업 소재를 대체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플라스틱 등을 기존 화석연료 대신 식물 자원이나 유기물질, 미생물 효소 등을 원료로 만들어 폐기된 뒤 빠르게 분해될 수 있도록 한다.

삼양사는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이소소르비드(ISB)를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ISB를 활용한 친환경 열관리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하는 열관리 소재는 배터리 모듈과 냉각 패널 사이에 도포돼 배터리 온도를 관리한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향상과 안전을 위한 소재로 주목받는다. 강호성 삼양사 대표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전기차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 수요도 커졌다”면서 “시장 요구에 선제 대응하고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린바이오와 달리 화이트바이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봉투마저 2024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애초 생분해 봉투 사용도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산업계 우려를 반영해 일부 완화된 방침을 내놓았다. 업계는 기존 생분해 봉투의 친환경 인증이 만료되는 2024년 이후에는 생분해 봉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생분해 플라스틱도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일회용품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관련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세종=우영탁 기자·노우리 기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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