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중국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에서 차로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이우시. ‘세계 최대의 잡화 시장’으로 불리는 이우국제상무성 1구역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인형과 장난감이 1층 점포에 가득했다.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몰리는 도매시장인 이우국제상무성은 1982년에 설립됐으며 영업 면적만 640여 만 ㎡로 축구장(7350㎡) 약 870개 규모에 달한다. 상점 7만 5000개에 근무 인원이 21만여 명에 이르고 취급하는 상품만도 210만 개나 된다.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중국의 명함’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곳이다.
전 세계 소상품의 수도로 익히 알려졌지만 예상 외로 상점 내부는 한적하다 못해 오가는 사람도 적어 썰렁할 정도였다.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 온 상인들이 일부 매장에서 상담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점포는 점주 혼자 물건을 정리하거나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의 영향이 미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으나 국제상무성 관계자는 “예전보다 현장을 찾는 상인들이 줄었지만 점점 더 온라인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21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북적이던 이곳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직접 방문해 주문하는 바이어가 확 줄었다. 50만 명이 넘던 해외 바이어나 상주하던 외국 상인 1만 5000여 명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겉으로는 한가해 보이지만 올 들어 이우 상인들의 일감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따금 오가는 상인들을 상대하는 점포를 제외하면 점주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주문을 확인하거나 들어온 주문에 맞춰 물건을 포장하느라 더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튜브를 비롯해 물놀이 용품을 판매하는 한 매장 상인은 “요즘은 여름철을 앞두고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구매가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발표된 이우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우시의 수출입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 중 수출액은 1070억 9000만 위안(약 20조 7300억 원)으로 11.0% 늘어났다. 여전히 이우시는 세계의 슈퍼마켓 역할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좀 더 회복돼 핼러윈·크리스마스 용품 등의 거래가 지난해보다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현장 상인들은 전했다.
현재 이우시 거래의 상당수는 타오바오나 징둥·알리익스프레스 같은 e커머스몰로 전환되고 있다.
이우시도 이런 추세에 맞춰 전자상거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시대를 주름잡던 이우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기존에 강점을 가졌던 물류 편의성을 더욱 확대하면서 전자상거래 클러스터를 육성해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거래 규모도 더욱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화에 서툰 상인들을 위해 e커머스 플랫폼 입점 지원부터 광고·포장·배송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상인들도 이곳에서 전자상거래 영업에 뛰어들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상조 이우시한국인상회 회장은 “연세가 있는 분들이 온라인 쪽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젊은 층은 오히려 소자본 창업에 유리해 유입이 늘고 있다”며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소상인에게는 이우시가 기회의 시장인 만큼 한국 정부나 유관 기관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상품의 수출 지원도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황동식 중국한국기업가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상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상품 전시관, 중국에 판매할 온라인 공간 등 개인의 활동을 한국 정부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