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연루자로 꼽히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 상승·하락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라 대표는 “주가를 올린 주체도 내가 아닌 공매도 세력이고 H투자자문사는 매도한 주식도 전혀 없다”며 김 회장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시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시간 외로 싼 값에 판, 문제 없는 거래”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라 대표를 2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맞받아쳤다. SG발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과 금융 당국도 시세조종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라 대표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잇따라 전화 인터뷰를 하며 “김 회장이 (폭락 사태를 유발) 했다고 100% 확신한다”면서 “일단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를 하나 제기하고 (검찰·금융 당국에) 진정서도 넣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032190) 지분 대량 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정황 외에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화재가 났는데 지금 불타고 있는 사람과 밖에서 보험을 받은 사람 중 누가 방화범이겠느냐”며 “투자 피해자들에게 ‘김 회장에게 배상을 받게 되면 배상금을 제외하고 부족한 금액을 죽을 때까지 갚겠다’는 지불 각서를 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라 대표를 통해 폭락 종목에 돈을 댄 투자자로는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과 연예인 임창정·박혜경 씨와 함께 다수의 의사 등 전문직 자산가들이 거론된다.
라 대표는 김 회장뿐 아니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과 선광(003100)도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광은 공매도가 1년 동안 없던 종목인데 (폭락 사태) 전주에 공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나왔다.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왜 침묵하고 있겠느냐”며 “(법적 대응은) 김익래 회장이 먼저고 거래량 등 자체 데이터를 확인하면 (나머지에 대해서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다우데이타나 서울가스(017390) 총수가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폭락 사태를 주도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광은 공매도한 만큼 이익을 본 것 같다”면서 “주가가 급락해 총수들의 상속세가 줄어들었으니 이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주주들이 상속세를 아끼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을 누르고 반대매매를 일으킨 것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며 “공매도한 계좌의 자금 출처를 조사해 증거금 없이 한 것인지, 현금으로 한 것인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라 대표는 또 다우데이타·서울가스·대성홀딩스(016710)·선광·다올투자증권·삼천리(004690)·세방(004360)·하림지주(003380) 등 8개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에 자신과 투자자문사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라 대표는 “나는 다 물렸다. 현금 300억 원이 있던 계좌가 150억 원 손실이 됐다”며 “이전까지 김 회장과 직간접적인 접촉이 전혀 없었고 존재도 몰랐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아직 검찰이나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기 전이라고도 했다.
라 대표는 대량매도 의혹뿐 아니라 폭락 전 3년간 8개 종목의 주가를 조금씩 부양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라 대표는 “사람들이 내가 주가를 조작해 띄웠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라며 “나는 주식을 3~10%씩 올리지 않았다. 주식을 사기만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내가 공매도 물량을 걷어버리니까 손절이 나오면서 올라간 것”이라며 “나중에 검찰이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과 시간을 정해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법률 관계를 따져보겠다”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라 대표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시세조종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제보자가 김익래 회장 등 총수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투자일임업 미등록 불법 영업이나 투자자의 동의 없는 신용거래는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유독 주가 움직임에 대한 책임은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과 김 회장은 2일 수사기관에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서울경제에 반박하는 입장을 전달하고 “주가가 2월 초 이후 두 달 이상 횡보하는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 아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팔았다”고 해명했다. 키움증권은 아울러 “매도 수량과 거래량을 생각해볼 때 장내 매도도 가능했지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했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할인된 가격을 선택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도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소집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교롭게도 그때 (김 회장이) 매각했던 것일 뿐”이라며 라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황 사장은 “(김 회장이) 그전부터 팔려고 했다”면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는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거래 정보를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라 대표는 저희도, 회장님도 알지 못한다”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그냥 엮는 것이다. 0.0001%의 가능성도 없으며 직(職)을 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금융감독원은 합동 수사팀을 꾸리고 주가가 폭락한 8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사전에 주가조작 여부 등을 인지했는지와 공매도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라 대표와 전직 프로 골퍼 A 씨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법무법인 이강은 같은 날 피해자 10여 명을 대리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