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의회정치 복원’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5월 임시국회에서도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신속한 입법에 뜻을 모았던 전세사기특별법조차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처리가 미뤄졌다. 야당은 지난달 통과시킨 간호법에 이어 방송법과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강행 처리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 여당은 이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맞서고 있어 민생 입법은 뒤로 한 채 정치권의 극한 대결만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번 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을 집중적으로 협의한다. 당초 지난주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식을 놓고 협상이 계속 결렬되며 늦춰진 것이다. 이번 주 내 법안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야당이 요구하는 채권 매입 방안에 국민의힘이 재정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불가능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순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내건 만큼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며 법안 처리가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강 대 강 대치 구도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주도로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공포 혹은 재의 요구 시한은 19일이다. 이미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에 대비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이라고 말한 사안”이라며 “어떤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신다고 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강행 처리도 벼르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활용해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요구를 공언한 상태다.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야권은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앞서 정부 여당이 노란봉투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우려를 표한 만큼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될 경우 여야 정쟁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 사령탑이 의회정치의 복원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돌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 2일 첫 회동에서 “민생 우선, 정치 복원, 무쟁점 법안 우선 처리, 통합을 위한 외연 확장 경쟁을 하자”고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각 지지층의 표를 끌어안기 위한 입법 경쟁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 대통령의 양자 대립 구도가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점점 대치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협치의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자각이 없으면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