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갈등 증폭시키는 간호법 재논의하고 편가르기 입법 중단하라


다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특정 세력의 표심을 잡기 위해 편 가르기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또 쌀농사를 짓는 농민의 표심을 겨냥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강행 통과시켜 축산 업계의 반발을 낳았다. 민주당은 경영계의 반대에도 파업 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할 태세다.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는 입법 폭주를 통해 특정 직역 종사자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꼼수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역할을 의사 진료 보조를 넘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하고 활동 영역도 의료 기관에서 지역 사회로 넓혔다. 고령화로 돌봄 시장이 커지고 있으므로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의사들의 우려다. 또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단체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간호사 보조로 규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13개 의료단체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7일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맞서 대한간호협회도 9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방법을 묻는 설문조사에 돌입했다.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의사·간호조무사 등 13개 단체와 간호사 중 어느 한 쪽의 파업이 예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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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간호법 제정안은 14만 명의 의사 표를 포기하더라도 46만 명의 간호사 표를 얻겠다는 갈라치기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거부권 정치’로 공격하고 그러잖으면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정략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의료 체계 변화에 대한 토론를 생략한 채 힘으로 간호법을 밀어붙였다. 직업·계층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할 때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숙의(熟議)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여야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 전에 의료 직역 간 충돌을 키우는 간호법의 대안을 찾기 위한 재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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