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나 지진은 미리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전혀 예상도 못했고,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은 특별한 재난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대비하라고 만든 게 재난안전법입니다.”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이 장관 측과 국회 측은 참사 직후 재난 대응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은 “행안부장관이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을 예상하고 용산구청, 용산경찰서를 통제하지 않으면 탄핵 되야 하느냐”며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일반적인 재난과 비교해 책임을 묻는 것은 비약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측 대리인은 “행안부장관이 재난안전법에 따라서 기능과 권한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증명하면 될 일이지 청구인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난안전법은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대비하라고 만든 것이다. 국민은 (재난안전법을 통해)행안부장관에게 피해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이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변론에는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이 각각 소추위원과 피청구인 자격으로 나란히 출석했다. 국회 측은 참사 직후 이 장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탄핵 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법적으로 행안부장관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참사 유족 대표와 생존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국회 측의 증인 신청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장관으로서의 책임 이행에 대한 유의미한 진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고, 재판부는 추후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월 9일 이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을 헌재에 접수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 심판은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본격 변론 절차에 돌입한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는 오는 23일과 6월 13일 추가 변론기일을 열고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 헌재에 출석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국정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에 성심껏 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