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고 되레 조언까지 한 시아버지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편의 외도와 이를 숨겨준 시아버지로 인해 이혼을 결심한 여성 A씨 고민이 소개됐다.
A씨는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고 당시 영상을 찾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던 A씨는 한 영상에서 우연히 남편과 시아버지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아버지(A씨 시아버지)와 통화하던 남편은 자연스럽게 몰래 만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아버지는 A씨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심지어 A씨 시아버지는 “서울은 보는 눈이 많으니 되도록 외곽에서 만나라”며 남편에게 조언하기까지 했다.
A씨는 “남편의 외도도 충격이었지만 시아버지가 이를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들키지 말라고 조언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이었다며 “남편과 이혼하고 싶고, 시아버지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들은 이명인 변호사는 “법원은 녹음이나 청취 의도 없이 일반적인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설치된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 간의 대화가 녹음된 경우, 그 녹음 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 및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즉, 블랙박스 녹음 파일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판례는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 배우자로서 정조 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부정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행위의 인정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이어 “외도에 대한 증거가 없어서 성관계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더라도 민법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시아버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위자료 청구는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하지만 예외적으로 시부모나 장인 등 제3자를 상대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가 아들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는 것을 방치하고 시부모나 장인, 장모가 혼인 생활에 부당하게 간섭해서 혼인을 파탄에 이른 경우, 혼인 생활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길 정도로 시부모나 장인, 장모에게 폭행, 학대 또는 모욕당하는 경우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