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괜찮아요. 정규 투어 시드 획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죠.”
‘초장타’로 국내 골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신인 방신실(19·KB금융그룹). 그는 15일 통화에서 막판 연속 보기로 아깝게 놓친 전날의 우승에 대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져서 내일(16일) 아침 일찍 코스 가서 준비하려고요.”
17일부터 닷새간 춘천 라데나GC에서 열리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 원)에도 방신실은 출전한다. 원래 자격이 안 됐지만 14일 NH투자증권 챔피언십 공동 3위 성적 덕에 상금 랭킹(21위)이 생기면서 64명만 나갈 수 있는 매치플레이 출전권이 생겼다. 풀시드권자가 아닌 방신실은 대회 참가가 제한적이다. KLPGA 투어는 시즌 전체 대회 일정의 30% 이상 참가해야 상금 순위에 이름을 올려주는데 방신실은 지난주 대회 출전으로 30%를 겨우 넘겼다.
지난달 KLPGA 챔피언십(공동 4위)에서 최장 320야드 드라이버 샷에다 250야드 오르막 지형에서 간단히 2온에 성공하는 ‘쇼’를 선보였던 방신실은 NH투자증권 대회에서도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와 정교한 롱 아이언 샷으로 다시 한 번 우승 경쟁을 펼치며 독보적인 ‘라이징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장난 아니네’ ‘시원하다’ ‘괴물이다’ ‘남자 같다’ ‘소리가 다르네’ 같은 관중 반응이 기억난다며 “하나하나 감사한 말들”이라고 했다.
17번 홀(파5)에서 티샷 실수,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 미스로 다잡은 우승을 놓쳤지만 우승자 못지않게 눈과 귀를 끌어당겼다. 211야드 거리에서 아이언으로 버디 찬스를 만들거나 티샷 실수 뒤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잠정구로 294야드를 날려 페어웨이를 갈랐다. 방신실은 “앞서 이틀간 드라이버로 페어웨이를 지켰던 홀이라 자신감이 있었다”며 “사실 그때 선두인 걸 몰라서 그렇게 친 것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마지막 홀에서 그린을 훌쩍 넘겨 버린 두 번째 샷을 두고는 “9번 아이언이 생각보다 너무 잘 맞아버려서 당황했다”고 했다.
방신실은 2020년부터 갑상샘 이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만히 있어도 100m 전력 달리기한 직후처럼 호흡이 거칠고 땀이 멈추지 않았다. 현재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약을 먹고 있다. 정규 투어와 2부 투어를 병행하는 강행군에 어떨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한다고. 그래도 “연습장이나 식당 가면 알아봐 주는 분들이 생겨서 마냥 감사하고 힘이 난다”고 한다.
방신실은 “윤이나 언니와 태국 선수 나타끄리타 웡타위랍을 보고 나도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특히 웡타위랍 선수랑 같이 쳐본 적 있는데 50m나 더 멀리 치더라”며 “지금 다시 붙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윤이나는 지난해 국내 투어를 강타한 장타 신인, 웡타위랍은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둔 태국 겨울 훈련 동안 방신실은 30야드나 거리를 늘렸다. “건강을 되찾으면서 예전에 빠졌던 체중 10㎏이 다시 붙었고 두 달 반 동안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는 설명이다. 드라이버를 100% 힘으로 연속 10개씩 치는 훈련, 스윙 스피드 높이는 도구를 이용한 훈련 등에 독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남자 선수 못지않은 시속 109마일의 스윙 스피드를 얻게 됐다. 회전에 초점을 맞춘 몸통 스윙으로의 교정이 완성 단계에 왔다는 방신실은 “어릴 적부터 목표로 삼은 세계 랭킹 1위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