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내로남불'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서안에 위치한 나라다. 영어로는 ‘Republic of Liveria’로 표기하는데, ‘자유의 나라’라는 뜻이다. 19세기 초, 중반 무렵 미국의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로 돌아와 세운 나라다. 1847년에는 미국으로부터 독립해 아프리카 최초의 공화국을 설립했다. 그래서인지 국기도 성조기와 매우 비슷하다.

라이베리아를 세운 해방 노예들은 커피, 설탕 같은 작물들을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을 차렸다.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는 것이었다. 자유를 찾아 자유의 땅에 정착해 자유의 나라를 세운 해방 노예들이 결국은 또 다른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은 것이다.



필자가 군대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집합과 얼차려가 끊이지 않았다. 점심만 먹고 나면 고참들이 창고나 내무반 뒤편 산으로 부르기 일쑤였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모범부대였다. 사단에서 정기적으로 소원수리를 받는다며 조사해 갔지만 그깟 소원수리로 없어질 문화가 아니었다. 동기들 중에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던 필자는 동기들과 여러 번 다짐했다. 우리가 고참이 되면 절대로 집합이나 얼차려 같은 것은 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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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짐이나 약속은 역시 배신의 아이콘 같은 것들이었다. 고참이 된 동기들은 마치 보고 배운 것처럼 후배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해댔다. 물론 그들이 하는 건 ‘집합’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탈을 쓰고 있었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다. 어찌 보면 불쌍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감을 느끼거나 터부시한다. 한편으로 경험한 것은 잘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창조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라이베리아에 정착한 해방 노예들이 그랬고, 군대 동기들이 그랬다. 어디 그들 뿐이겠는가. 수많은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사례도 별다른 수고 없이 넘치도록 찾을 수 있다.

이를 요즘 유행하는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2020년에는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채택하기도 했다. 다만, 표현은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말로 바뀌었다.

‘내로남불’은 아마도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남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한 자세 때문에 생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은 게 있다. 예전과 달리 사회가 투명화되어 과거의 행동이나 말이 잘 지워지지 않고,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최근의 여러 성추문이나 입시비리, 학교폭력, 코인 투자 같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부메랑에 아파하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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