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또 다른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안젤로 고든(Angelo Gordon)을 인수한다. 이들 사모펀드 운용사는 한국에서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어 국내 조직 통합과 영업 시너지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지도 주목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TPG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15일 안젤로 고든의 경영권 인수(M&A)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현금 9억 7000만 달러에 TPG의 신주 발행 등을 합쳐 총 27억 달러(약 3조 6207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1992년 미국에서 출범한 TPG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과 함께 세계 4대 사모펀드로 불린다. 전세계 주요 기업 M&A를 포함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며 현재 1350억 달러(약 181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안젤로 고든 역시 1988년 미국에서 설립돼 주로 부동산과 기업의 신용(Credit·크레딧)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운용사로 명성이 높다. 전세계에서 약 530억 달러(약 71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대체 투자 업계 큰 손이다.
외신은 TPG의 안젤로 고든 인수가 최근 사모펀드들의 크레딧 시장 투자 확대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의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번지면서 여기에 대출을 해 준 현지 중소은행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차지했던 크레딧 시장의 빈자리를 사모펀드들이 잠식해 나가는 모습이다. TPG는 부동산 투자에 강점이 있는 안젤로 고든을 전격 인수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TPG는 2016년 모건스탠리PE 출신인 이상훈 대표를 한국 수장으로 선임해 국내에서 투자 활동을 본격화했다. 2017년 카카오(035720)모빌리티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며 현재까지 2대주주(27.97%)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후에도 카카오뱅크(323410)와 녹수, 베베쿡, 알빈즈 등 총 6건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안젤로 고든의 한국 시장 진출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상윤 대표가 최초 부임한 이래 17년째 수장을 맡으며 주로 부동산에만 투자해 왔다. 올 초 국내에서 투자자문업 인가를 획득하는 등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2018년 명동 국민은행 본사 빌딩, 2021년 충정로 골든브릿지 빌딩을 국내 운용사와 공동 인수한 것이 대표 투자 사례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직접 3억 달러를 출자한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활용해 올 1분기 충북 음성의 물류센터를 통째 매입하기도 했다.
양 사가 한국 시장에서도 대체 투자 분야 큰 손으로 활약해 온 만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이번 인수에 적잖은 관심이 모아진다. 두 사모펀드의 투자 분야가 겹치지 않는 만큼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특히 안젤로 고든이 TPG에 흡수 합병 되는 형태가 아니어서 한국 법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투자 활동을 계속해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