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한인 전쟁영웅의 용기와 헌신, 美육군이 기린다

故 김영옥 대령, 육군 지휘참모학교 명예의전당 헌액

한국전·2차대전서 혁혁한 공 세워

한국전선 첫 유색인 전투지휘관도

한·미·유럽서 모두 무공훈장 받아

정전후 전쟁 고아 돌보는 일 힘써

장교 교육기관 아시아계 헌액은 처음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인 장태한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교수(왼쪽)와 미 육군 관계자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헌액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U.S. Army Combined Arms Center 페이스북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인 장태한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교수(왼쪽)와 미 육군 관계자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헌액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U.S. Army Combined Arms Center 페이스북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워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고(故) 김영옥 대령(1919~2005)이 아시아계 군인으로는 최초로 미 육군 장교 교육기관 내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됐다.



미 육군 기지 포트 레번워스에 있는 미 육군연합병과센터는 17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작고한 김 대령과 스탠리 체리 준장이 미 육군 지휘참모학교(CGSS)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16일 미국 캔자스주 포트 레번워스 내에서 헌액 기념식이 열렸으며 김 대령 등에게는 세계대전 군 사령부의 명예 증서도 수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명의 위대한 군인이자 뛰어난 지도자, 특출한 개인을 기리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명예의 전당이 있는 CGSS는 미 육군 소령과 일부 동맹국의 장교 등을 대상으로 다른 부대나 기관·정부 등과 함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지도자로 양성하는 미 육군 내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헌액식에 참석한 장태한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UC 리버사이드) 교수는 “포트 레번워스에 있는 CGSS는 미군에서도 가장 탁월한 군인들이 와서 교육받는 기관”이라며 “아시아계 최초로 김 대령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우리 미주 한인 역사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 소장이자 김 대령의 일생을 담은 전기 ‘아름다운 김영옥’의 번역자로 이번 헌액식에 초청받았다. 그에 따르면 CGSS 명예의 전당에 아시아계 출신 군인이 헌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GSS에서는 김 대령의 공적을 정식 교과 내용으로 다루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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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령 시절의 고 김영옥 대령. 사진 제공=국가보훈처중령 시절의 고 김영옥 대령. 사진 제공=국가보훈처


김 대령은 19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미 육군 장교로 2차 대전과 6·25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다.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선에서 복무한 그는 1944년 6월 독일군 점령하에 있던 로마 해방에 크게 기여했다.

2차 대전 종전 후 잠시 군을 떠났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자원입대해 미군 역사상 유색인종 가운데 처음으로 전투대대장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미군에는 인종차별 관행이 남아 있었으나 김 대령은 군 지휘관으로서 뛰어난 전술·전략과 헌신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며 차별의 벽을 뛰어넘었다.

그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미군 군사고문단 일원으로 한국에 남아 한국군 현대화에 힘썼다. 한국전쟁이 낳은 전쟁고아 500여 명을 돌보기도 했다. 1972년 전역 이후에는 한인건강정보센터·한미연합회·한미박물관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등 한미 동맹에 기여했으며 가정 폭력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한인 입양아 등을 돌보며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일에 여생을 바쳤다.

용맹한 전쟁 주역이자 사회봉사에 앞장선 김 대령은 미국 정부로부터 특별·은성·동성 무공훈장을 받았고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무공훈장, 한국 태극무공훈장을 잇따라 수훈했다. 한국과 유럽·미국에서 모두 훈장을 받은 유일한 군인으로도 꼽힌다.

김 대령은 2005년 12월 별세해 하와이 호놀룰루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그가 타계한 지 13년이 지난 2018년 그의 고향인 미 캘리포니아주는 주 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김영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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