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큰 손’ SK(034730)가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모집액의 6배 가까운 주문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3년물(1000억 원)에 6500억 원, 5년물(1000억 원)에 6300억 원, 7년물(500억 원)에 2900억 원, 10년물(500억 원)에 2100억 원 등 3000억 원 모집에 총 1조 78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SK는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만기별로 △3년물 -7bp △5년물 -15bp △7년물 -25bp △10년물 -48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신용등급 ‘AA+’급의 우량채답게 시장이 평가하는 SK 회사채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SK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차환을 위해서다. SK는 최대 6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으로 발행일은 오는 30일이다. SK는 지난 2월에도 3000억 원 모집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하자 발행액을 최종 3900억 원으로 증액했다.
SK는 SK계열의 법적 최상위 지주회사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그룹 전반의 장기계획 수립 및 자회사 사업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SK텔레콤(017670) 등 다수 계열사에 대한 IT서비스도 제공한다. 올 3월말 기준 최대주주인 최태원 그룹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회사 지분 25.7%를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SK는 연결 기준 매출 32조 7000억 원, 영업이익 1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2.2% 급감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계열 내 핵심사업 부문인 정유·화학·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실적 둔화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지속 등으로 계열의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그룹의 다각화된 사업기반, 각 사업부문별 우수한 시장지위, 건전한 재무구조, 재무적 융통성 등이 회사 및 그룹의 신용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