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양국 정상은 함께 위령비에 헌화 한 후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현장에는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장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 대표 10명이 참석해 양국 정상 부부의 참배를 지켜봤다.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아침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위치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해 공동 참배했다. 양국 정상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첫 날 일본에 거주 중인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양국 정상은 곧바로 자리를 이동해 한일정상회담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번 공동 참배는 7일 셔틀외교 완성을 위해 방한한 기시다 총리가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양국 정상이 위령비를 참배한 것은 물론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의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은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총리가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것도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이후 24년만이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당시 히로시마에는 강제징용 등의 이유로 이주한 십수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당수가 원자폭탄에 희생되거나 피폭됐다. 한국인 희생자 문제는 일본 사회에서 잊혀졌다가 1970년 민단 히로시마 본부 주도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가 마련됐다. 건립 당시에는 평화공원 밖에 설치됐으나 재일한국인과 일본 시민단체의 꾸준한 노력으로 1999년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으로 이전됐다. 위령비는 높이 5미터, 무게 10톤의 한국식 비석으로 모두 한국에서 제작돼 히로시마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