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KB·토스에 카카오 본격 참전… 금융권 알뜰폰 경쟁 '격화'

잠잠하던 카카오 계열 '스테이지파이브'

민원기 전 차관 영입…카톡과 본격 연계

정부 알뜰폰 육성에 KB·토스 공세 확대

기간통신사 전환한 해외 사례 재현 관심





KB국민은행 계열의 ‘KB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받고 비바리파블리카의 토스모바일이 0원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금융권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추가 진출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그간 잠잠하던 카카오(035720) 계열의 스테이지파이브(핀다이렉트)도 카카오페이와 합세해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알뜰폰(MVNO)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로까지 언급되는 금융사 등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뛰어들며 알뜰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15일 카카오톡 내 카카오페이에 ‘통신·로밍’ 메뉴를 열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서 가입자 모집을 시작한 것이다. 통신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통신 메뉴가 열린 후 가입자 유입이 전주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알뜰폰 업계는 스테이지파이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8년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스테이지파이브는 2021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카카오가 알뜰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었고, 지난해 10월 기준 가입자는 5만 명을 밑돌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자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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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스테이지파이브의 기조가 변화한 것은 올 초 민원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하면서부터다. 민 전 차관은 과기정통부에서 한국의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페이와 연계한 신규 요금제 출시에 나서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알뜰폰을 통해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개선하려는 정부 정책에 카카오가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70개 이상 사업자가 난립하는 알뜰폰 시장에 신뢰도·자금력 있는 기업이 등장해 ‘메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의 KB리브엠 정식 승인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가입자 10만 명 이상인 알뜰폰 사업자는 19개다. 이 중 가입자 50만 명 이상은 4곳으로 모두 통신 3사 자회사다. KB리브엠은 지난 달 기준 42만 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제3지대’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접근성과 서비스 품질”이라며 “토스·카카오 등 플랫폼은 접근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응대가 가능해 궁극적으로 알뜰폰 이미지 개선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경쟁력 있는 알뜰폰 업체가 제4이통사로 성장할 가능성이다. 실제 외국에서는 알뜰폰(MVNO) 사업자가 기간통신사(MNO)로 변신한 사례가 많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서 신규 기간통신 진입 사례는 19건이다. 일본 라쿠텐, 이탈리아 패스트웹, 독일 1&1 등이 알뜰폰 성과를 바탕으로 기간통신사로 발돋움했다. 특히 알뜰폰 업체들의 통신 시장 점유율이 23%에 달하는 독일은 기존 기간통신사가 알뜰폰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유선인터넷사업자(ISP)가 무선 사업에 진출하는 일이 많지만 국내는 유·무선 모두 통신 3사가 장악해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국내에선 금융·포털·유통과 통신의 결합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기업들의 알뜰폰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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