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는 기존 건축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삼우는 건축디자인과 글로벌 수준의 엔지니어링 역량, 건축 기술과 융합한 미래 기술이 합쳐진 토털 서비스 회사로 포지셔닝하고 있으며 세상에 없었던 건축사 사무소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지난해 국내 종합 건축사 사무소 매출 1위(3324억 원)를 달성한 삼우의 손창규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1년 삼우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2021년 대표직을 맡은 뒤 지금까지 32년간 삼우와 함께했다. 삼우의 47년 역사 가운데 대부분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삼우는 삼성물산 자회사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들의 프로젝트 설계를 도맡아해왔다. 주요 건축 프로젝트로는 네이버 제1사옥, 네이버1784, 파크원 등이 있다.
그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배경에 대해 “주거와 복합 개발에 주안점 둔 경쟁사와 달리 삼우는 매출 3분의 2가 하이테크, 데이터센터, 최첨단 오피스, 병원 등 산업 시설 설계이고 나머지 3분의 1이 일반 건축”이라며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수행한 것이 매출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우의 매출은 2위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1649억 원가량)의 두 배에 달한다.
삼우의 조직은 데이터센터, 바이오 등 일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축설계사업부와 반도체 산업의 하이테크설계사업부, 그리고 삼우의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설계사업실로 구성된다. 여기에 엔지니어링(ENG)실은 모든 부서를 전면 지원하고 있다. 디자인을 넘어 친환경, 랜드마크, 공간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가운데 정보기술(IT) 등이 접목되면서 삼우는 각 분야별로 늘어나고 있는 건축주들의 요구에 맞게 조직을 개편해온 것이다.
특히 삼우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의 공장을 설계하며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하이테크 설계 프로젝트는 모든 첨단 기술이 집중된 시설이다. 그는 “기존의 반도체 외 배터리·전기차 등 시장이 세분화됨에 따라 하이테크 설계 프로젝트는 디자인·기술·최적화의 세 가지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우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30년 이상 설계 경력을 보유한 국내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시설의 안정성과 경제성·효율성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설계 노하우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삼우는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센터그룹을 운영하며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다양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일까. 손 대표는 “생산성을 고려한 설계(DFM·Design for Manufacture), 탈현장건설(OSC·Off-Site-Construction), 조립식(modular) 등 설계와 제조가 결합된 새로운 미래 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3000억 원대의 매출을 4000억 원, 5000억 원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 사업은 기존 설계와 엔지니어 역량을 실제 필드에 적용할 때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삼우가 설계 단계에서 제조, 조립, 시공, 유지 보수를 모두 고려해 사전 계획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설계하면 이를 공장에서 조립식으로 만들고 공장에 설치 및 조립하는 것이다.
삼우는 모듈러 및 팹 모듈화 연구 및 생산을 위해 경기 화성시 송산에 400평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듈러 직접 생산부터 연구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이다. 삼우는 이렇게 생산된 모듈러를 내년부터 실제 다양한 용도의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센터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건설 현장은 근로자·환경 등의 외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나 모듈러와 OSC는 현장 밖에서 미리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 현장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또한 시공의 오차를 줄임으로써 시공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를 통해 해외 건축사 사무소 못지않은 경쟁력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왜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건축가가 없을까, 왜 한국에는 건축 거장이 나오지 않을까, 그 이유는 국내 설계업 생태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의 경우 건축가는 설계 기획 단계부터 준공까지 참여하며 디자인이 실제로 구현되도록 직접 관여하지만 국내에서는 설계자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건축 업계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건축사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살필 수 있는 모듈러 설계 및 생산을 꼽았다. 그는 “디자인과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그 어디에도 없는 삼우만의 건축을 실현하고자 하며 이것이 K건축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삼우는 제로 에너지 의무화에 따른 신재생 관련 친환경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정책의 도입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생산 설비 설치 비용과 실질 에너지 생산량 이슈도 중요해지고 있어 환경 규제와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노후화된 업무 시설의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 그린 오피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리모델링은 구조 형식을 유지하되 설비 시스템의 효율화, 외장재의 변경 등을 통해 노후화된 건축물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우는 외장재에 설비 시설을 추가한 더블스킨모듈(MPS·Multipurpose Skin System)을 개발했으며 하반기 시제품 완성 이후 테스트를 거쳐 실제 건축물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개발의 밑그림이 된 것이 지난해 준공된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1784’다.
네이버1784가 준공된 후 기업들이 사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세대의 변화로 공간에 요구되는 기능이 복잡·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삼우가 설계한 네이버 1784는 스마트X그린 건축 기술 및 AI·클라우드·5G·디지털트윈·로보틱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첨단 기술이 융합된 건축물로 미래 업무 공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미래형 공간에 대한 수요의 확대 및 근무 환경에 대한 시대적 요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건축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고 삼우는 기존의 설계 용역 외 공간을 기반으로 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 시장도 삼우만의 스마트 친환경 기술력을 기반으로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삼우는 현재 한강 변 알짜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2구역의 현상 설계 공모에 참여했으며 현재 이주 및 철거를 마친 반포 1·2·4주구의 설계도 맡고 있다. 손 대표는 “삼우는 한강의 조망성과 거주성을 높이기 위한 ‘한강 변 조망 특화 평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으며 한강 변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도 함께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건축물이란 사용자가 요구하는 니즈를 만족시키되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가치까지도 제안하고 제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거 시설의 경우 준공 이후 20~30년을 바라보고 설계하는데 이런 미래 주거의 편의성이 곧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시설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이 아닌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기대하지 못했던 플러스 알파를 제공해야 한다”며 “공공 시설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 미치는 기대 효과까지도 제공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