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부커상 불발됐지만…K문학 반향 일으킨 '고래'

천명관 "내 작품은 보편적 이야기

외국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것"

국내 작가 의욕 고취에도 큰 역할

수상은 불가리아 작가 '타임 셸터'

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천명관 작가가 자신의 소설 ‘고래(영문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천명관 작가가 자신의 소설 ‘고래(영문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처음 후보가 됐다고 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어요. 다만 제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그 안에 누구나 겪는 일들과 감정들의 보편성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죠.”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2023 부커 인터내셔널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시상식’에서 천명관 작가는 자신의 소설 ‘고래’가 수상에서 탈락한 후에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부커 인터내셔널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천 작가는 “문학상을 잰행하면서 후보를 뽑고 1주 전에 낭독회를 하고 작가들을 이렇게 모아서 멋진 시상식을 하는 게 우리와는 다르다”며 “작가들의 의욕을 고취하는 면도 있는데 한 편으론 약간 잔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작가가 앞으로 부커상을 받으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학을 더 많이 읽힐 기회니까 좋은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런던에서 ‘고래’의 작가 천명관(오른쪽)과 이를 번역한 김지영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23일 런던에서 ‘고래’의 작가 천명관(오른쪽)과 이를 번역한 김지영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설 ‘고래’(오른쪽)와 이의 영문번역판소설 ‘고래’(오른쪽)와 이의 영문번역판



천명관 작가 소설 ‘고래’는 올해 부커상 최종후보 6인에 들면서 이날 자리를 를 함께 했다. 한국 작품이 이 부문 최종 후보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네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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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 고유의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국내 문학·출판계에 다시 한번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고래‘는 천명관 작가가 지난 2004년 낸 첫 장편 소설이다.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민담 같은 문체와 토속적인 표현이 가득 차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로 통했다. 인물 간의 배신, 살인, 방화, 간음, 폭력과 같은 거침없는 스토리텔링과 작가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와 능청스러운 풍자도 흡입력을 더했다.

앞서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면서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고 소개했다.

‘타임 셸터’의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왼쪽)와 번역가 안젤라 로델. EPA연합뉴스‘타임 셸터’의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왼쪽)와 번역가 안젤라 로델. EPA연합뉴스


한편 올해의 ‘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에 돌아갔다. ‘타임 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아이러니와 멜랑콜리함이 가득한 빛나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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