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선 빅3이주노동자 비율 10~20%…"상급단체 편입땐 경험못한 혼란"

[勢 불리는 민노총]

◆ '외국인 노조' 조직화 움직임

원청노조 연성화에 세력 약화

이주노동자 반대→포섭 선회

하청·외국인 노조 협상력 강화

협력사 등 생산지연 우려 커져

태국 용접공들이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HD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게 된다. 사진 제공=조선해양플랜트협회태국 용접공들이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HD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게 된다. 사진 제공=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이주 노동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동계의 태도도 급변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조선소와 같은 사업장에서 이주 노동자가 세를 급격하게 불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금속노조도 포섭으로 빠르게 정책 전환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인력 부족으로 공정이 느려지고 있는 조선소들은 하청·외국인 노조의 협상력 강화로 혹시라도 생산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특정 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시행한 데 대해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일본의 경우 내국인 노동력이 조선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이주 노동자를 노동시장에 투입하면서 일본 특유의 기술 경쟁력이 무너졌다”고 지적한 뒤 “한국 조선 산업도 일본의 조선 산업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며 이주 노동자의 입국 규제 완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성명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금속노조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선소는 하청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하청 노동자 중에서도 이주 노동자가 빠르게 늘다 보니 배척보다는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금속노조는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내 이주 노동자를 만나 즉석 노동 상담 등 첫 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조선소에서 이주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두 자릿수로 커졌다. 1분기 기준 HD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의 합산 이주 노동자는 57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외주 직원 중 19%나 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010140)은 각각 1600명(11%), 1100명(9%)이다. 조선 3사가 올해 안에 1000명 안팎의 이주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가 외국인 끌어안기에 나선 데는 ‘원청 노조의 연성화’ 이유도 있다. 조선소들의 이익이 가시화되고 직영 근로자들이 즉각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7년 만에 연내 타결을 이뤄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기본급 8만 5000원 인상 등 무리 없이 연내 타결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으로 인수돼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꾼 뒤에도 매출 목표 달성 시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받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수주 불황일 때와 비교하면 현재 노사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하청이나 이주 노동자들은 원청 노사가 받는 혜택과 큰 상관이 없어 상대적으로 불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하청 지회도 올해 초부터 하청 지회 조합원 모집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들은 이주 노동자의 노조 가입과 관련해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선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지연이다. 지난해부터 조선업 호황이 시작되며 발주가 크게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해에만 239억 달러를 수주해 당초 목표의 38%를 초과 달성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목표보다 각각 16%, 7%를 웃도는 일감을 따냈다. 조선 3사 모두 3~4년치 일감이 확보했다.

야드에는 내국인 근로자들이 거의 충원되지 않아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비자 발급 요건 등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대거 국내 조선소로 들어오고 있다. 조선소들 입장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생산 지연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한편 이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협력사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조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대표 A씨는 “이미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조건이 더 좋은 곳, 친구나 친인척이 있는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가 중소기업계 전반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 동안 사업장을 바꿀 수 없는 고용허가제가 있지만 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하면 이직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이들은 입사하자마자 태업을 하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사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유치한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회사 대우와 상관없는 목적으로 노조 파업에 동참할 경우 당장 공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며 “노동단체들도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세를 불리기 위한 조직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기업과 산업이 다 함께 살 수 있는 측면에서 접근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호현 기자·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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