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조선왕실서 쓰던 오조용문백자, 사상 최고가 70억에 낙찰

◆마이아트옥션 메이저 경매

왕실 권위 보여주는 대표 의례기

세계적으로 10~20여 점에 불과

1996년 뉴욕크리스티서 올라온

'철화백자용문호'보다 고가에 팔려








조선시대 왕실에서 의례용으로 사용되던 ‘백자청화오조룡문호(五爪龍文)’가 한국 고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7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고미술 전문 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이 25일 진행한 메이저경매에서 ‘백자청화 오조룡문호’는 추정가 70억~120억 원으로 출품돼 70억 원에 낙찰됐다.



이번 ‘백자청화 오조룡문호’의 낙찰가 70억 원은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경매 중에는 2012년 케이옥션 경매에서 ‘퇴우이선생진적(退尤李先生眞蹟)’이 34억 원에 낙찰된 바 있으며, 해외에서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철화백자용문호’가 841만 달러(당시 약 66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18세기 ‘백자 달항아리’가 한화 약 60억 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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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청화’와 ‘용’은 그 자체로 왕실의 전유물이었다. 청화백자는 흰색 바탕에 푸른색 안료로 장식하는데 이때 푸른색 안료는 페르시아에서 중국을 통해 수입한 회회청(回回靑), 즉 코발트를 주성분으로 한다. 회회청은 가격이 금만큼 비싸 왕실조차 쉽게 구하기 어려웠고, 청화백자는 왕실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용 무늬’도 마찬가지다. 조선 왕실이 15~19세기에 제작한 용무늬항아리는 왕실의 존엄함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각종 행사에서 의례용기로 사용됐다. 용의 그림은 의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장식됐는데, 이번 경매에 개인소장자가 출품한 ‘백자청화오조룡문호’는 다섯 개의 발톱(오조룡)을 가진 용 그림이 그려진 청화백자다. 방사형으로 뻗은 다섯 발가락의 발톱은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시계방향이다.

발톱의 개수가 상징하는 바는 시대마다 다르지만 보통 소장자의 권위와 위엄을 나타낸다. 김현우 마이아트옥션 학예사는 “발톱이 5개인 용의 그림은 중국에서도 황제만 사용한 황실 전용 문양이었고, 조선의 왕은 황제보다 한 단계 낮아 주로 발톱 4개짜리 용을 시문했다”며 “18세기 즈음 명나라가 청나라로 바뀌고 정세가 혼란해지면서 조선 왕실에서도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엄격한 통제 아래 발톱 5개를 가진 용을 백자에 시문해 제작하기 시작했고, ‘백자청화오조룡문호’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왕실에서도 왕실 내 신분에 따라 백자에 그려넣을 수 있는 발톱의 개수가 달라, 발톱 5개는 주로 왕이나 왕세자, 4개는 대군, 왕자, 왕녀 등이 사용하는 백자에 그려졌다. 경매를 진행한 마이아트옥션에 따르면 5개의 발가락을 가진 용을 그려넣은 백자는 극히 드물어 현전하는 작품 수는 세계적으로 10~20점에 불과하다.

낙찰된 작품은 대형 백자항아리로 구연부(대접, 병, 항아리 등 그릇의 입구 또는 언저리)가 짧고 당초문(덩굴풀 무늬)가 둘러져 있다. 동체의 어깨선은 풍만하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S자형의 양감 있는 유려한 곡선을 나타내는 게 특징이다. 백자의 동체 전면에 그려진 두 마리의 용은 구름 사이 여의주를 잡아채기 위해 구름 속을 날아오른다. 위로 솟은 머리털과 뒤로 흩날리는 턱수염은 용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구연부 아래, 도자기의 윗부분에는 당초문이, 밑부분에는 연꽃잎 무늬를 도안화한 연판문이 그려져 있다. 특히 하반부 연판문은 ‘규형’인데 ‘규’는 왕이나 황세자가 연회 때 손에 드는 물건으로 이런 형태를 문양화해 종속문양으로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신선도’가 1억1500만 원, 겸재 정선 ‘낙산사’가 3억8000만 원에 팔리는 등 주요 고미술 작품이 경합 끝에 추정가 이상으로 낙찰됐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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