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日 오염수 방류 ‘코앞’…정부, 방사능 대응 수위 높였다

부산·울산 등 4대 항만공사에

'방사능 누출 조치' 매뉴얼 지시

온라인 '가짜뉴스 대처법' 포함

국민불안 확산 우려에 선제 대응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연합뉴스2011년 폭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연합뉴스




정부가 방사능 오염에 대비한 내부 매뉴얼을 일부 공공기관 등에 확대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7월로 예상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정부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부산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 등 4대 항만공사와 해양환경공단에 ‘원전안전 분야(방사능 누출)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 제정을 지시했다. 이에 해당 기관들은 이달 초 매뉴얼 제정 작업을 마무리한 후 해수부에 보고했다. 현재 매뉴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 등 일부 지방해양수산청도 매뉴얼 제정 대상이 됐다. 기존에 매뉴얼을 갖추고 있던 지방수산청이 전체 11곳 중 5곳에 불과해 제정을 지시했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매뉴얼 제정은) 방사능 대응 체계 재정비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안전 분야 매뉴얼은 방사능 사고 발생 시 정부가 따라야 할 내부 지침이다. 해양 오염 확산 등 방사능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방사능 사고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눠 위기 수준에 따른 기관별 대응 절차를 규정했다. 중앙부처가 지정한 일부 공공기관은 해당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 해수부는 이번 조치로 매뉴얼 대상 기관을 대폭 늘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 7월로 예정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국내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미리 방사능 관련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시기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염두에 두고 (매뉴얼) 제정 작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일 정부 간 교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의 핵심 중 하나가 국민 불안 해소 등을 위한 ‘여론 대응’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일부 항만공사가 작성한 매뉴얼에는 온라인 여론 분석, 허위·조작 정보 대응, 매체별 소통 전략 등이 상세히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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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허위·조작 정보와 관련해서는 ‘유언비어는 교차 인용으로 급속히 확산돼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것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정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정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이후 국민 정서가 악화하면 국내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이달부터 일본에서 들어오는 선박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형수 조사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박평형수는 균형 등을 위해 선박 탱크에 주입·배출하는 바닷물로 그간 원전 오염수가 평형수를 통해 국내 해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오염수 방류 직후 국내 수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제주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83.4%)은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수산물 소비 평균 감소 폭은 46.7%이며 피해액은 연간 약 3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꾸려진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의 효과도 미지수다. 시찰단은 31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 처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점검한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찰단은 이달 21일 출국 당시부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명분을 주는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날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한 최종 조사에 착수했다. IAEA의 오염수 검증 최종 보고서는 다음 달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은 최근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IAEA의 검증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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