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유연탄 대신 폐기물…'넷제로 시멘트' 도전하는 유럽

◆탄소중립 이끄는 순환경제

"탈탄소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獨 피닉스공장 석탄사용 '0' 도달

아일랜드 브리든 "2006년부터 활용"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공정들"

독일 북서부 지역 베쿰(Beckum)시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모습. 피닉스 공장은 순환자원 대체율이 100%에 이르는 곳이다. 베쿰=이완기 기자독일 북서부 지역 베쿰(Beckum)시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모습. 피닉스 공장은 순환자원 대체율이 100%에 이르는 곳이다. 베쿰=이완기 기자







지난 22일 찾은 독일 북서부 지역 베쿰(Beckum)시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연간 생산량이 50만 톤인 크지 않은 규모의 공장이지만 이곳을 직접 방문한 건 다름 아닌 높은 순환자원 대체율 때문이다. 1919년부터 가족 회사로 운영된 피닉스 공장은 20년 전부터 연료의 일부분을 폐기물로 불리는 순환자원으로 쓰고 있다. 현재는 그 비중이 100%에 이르렀다. 즉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연료로 재활용해 석탄 사용 제로(0)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에 있는 순환자원 저장고. 생활 폐기물과 산업 폐기물을 건조, 분쇄 등 과정을 거쳐 얇은 입자로 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베쿰=이완기 기자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에 있는 순환자원 저장고. 생활 폐기물과 산업 폐기물을 건조, 분쇄 등 과정을 거쳐 얇은 입자로 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베쿰=이완기 기자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공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깔끔하다는 인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사방에 먼지가 날리고 고약한 쓰레기 냄새가 날 거라는 생각과는 달랐다. 공장 부지 한편에 마련해둔 별도 공간에 700톤 규모의 순환자원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창고 밖에서 별다른 불쾌감이 들진 않았다.

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 관계자가 공장 내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위쪽 둥근원통형 모양의 시설이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인 소성로다. 이곳에서 만든 1450도 이상의 고열로 석회석을 클링커로 만든다. 베쿰=이완기 기자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 관계자가 공장 내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위쪽 둥근원통형 모양의 시설이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인 소성로다. 이곳에서 만든 1450도 이상의 고열로 석회석을 클링커로 만든다. 베쿰=이완기 기자


창고에 보관된 것들도 일반 쓰레기라 할 수 없었다. 기존 폐기물에서 수분을 빼고 고운 입자로 가공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피닉스사의 빌딩엔지니어인 토어스턴 코츠워씨는 “환경 문제나 악취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에 앞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뿌연 먼지가 앉아 있지 않는 나뭇잎을 보면 공장의 환경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키네가드(Kinnegad) 지역에 위치한 브리든(Breedon) 공장 전경. 키네가드=이완기 기자아일랜드 키네가드(Kinnegad) 지역에 위치한 브리든(Breedon) 공장 전경. 키네가드=이완기 기자




다음날 찾은 아일랜드 키네가드(Kinnegad) 지역의 브리든(Breedon) 공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연 70만 톤을 생산하는 이곳은 2006년부터 순환자원을 대체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브리든의 지속가능분야를 맡은 톰 맥 매너스씨는 “브리든은 탄소 감축을 위해 과감한 목표 세우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일환으로 2006년부터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기존 유연탄 사용분의 77%까지 순환자원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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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멘트 업체들이 순환자원 활용을 높여가는 건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멘트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피닉스사의 공정 설비를 담당한 폴리시우사의 루크 루도스키 연구 총괄은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의 6~8% 정도를 차지한다는 오명을 남긴 시멘트 회사들이 탄소 감축 목표를 앞다퉈 설정하고 있다”면서 “2050년까지 누가 얼마나 빠르게 달성하느냐를 경쟁하듯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일랜드 브리든(Breedon) 공장에서 관계자가 시멘트 생산 과정과 자사 공장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키네가드=이완기 기자아일랜드 브리든(Breedon) 공장에서 관계자가 시멘트 생산 과정과 자사 공장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키네가드=이완기 기자


시멘트 업체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료나 연료를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capture)하는 기술(CCUS)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시멘트의 기초 소재인 석회석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CCUS 기술을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이에 업계는 화석연료를 순환자원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타이어, 합성수지 등을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폐기물의 소각, 매립 문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1450도의 소성로를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멘트 공장이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 기존의 유연탄과 유사한 수준의 열량을 내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21%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이 순환자원의 활용을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 업체들의 경우 순환자원 활용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설립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환경 오염 문제 등 여러 논란에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자가 방문한 독일은 순환자원 활용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 2020년 기준 독일의 순환자원 대체율은 평균 69%다. 35%에 불과한 한국보다 약 2배 수준에 이른다. 1980년대부터 순환자원을 시멘트 공정에 활용해온 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쓰레기 매립을 금지하면서 시멘트 공장으로 향하는 순환자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 내 설비 모습. 자갈처럼 생긴 것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로 이를 분쇄 등 과정을 거쳐 최종 시멘트 가루가 된다. 베쿰=이완기 기자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 내 설비 모습. 자갈처럼 생긴 것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로 이를 분쇄 등 과정을 거쳐 최종 시멘트 가루가 된다. 베쿰=이완기 기자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유럽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순환자원 활용 방안은 경제적이나 환경적 관점 모두 기존의 방식보다 낫다는 해석에서다. 피닉스 공장 관계자는 “공장 규모가 큰 한국에서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한 공정들”이라면서 “다만 독일보다 늦게 도입된 한국의 경우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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