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실언 논란 속 사퇴한 태영호 최고위원의 후속 인선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고있다. 보궐선거로 빈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현역 의원 출신 후보 출마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관심이 저조하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최고위원 보궐선거 과정에 원외 출신 후보들만 난립하자 내부에서는 “최고위원회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며 “당의 현실”이라는 낙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고위는 당의 전반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구인 만큼 과거에는 현역 의원들의 진입 경쟁이 치열했지만 현재는 당의 내우외환 속에서 입성하려는 현역 의원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8전당대회 당시와 현재는 분위기 차이가 역력하다. 3·8전대 당시에는 국민의힘 선출직 4명 몫의 최고위원직을 두고 현역 의원 6명을 포함한 18명이 출사표를 던져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불과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이번 보선에서는 원내 인사 출마는 전무하고 출마를 선언한 원외 인사들 중에서도 중량감 있는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의 보선 구도라면 출마자 중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김가람 당 청년대변인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최고위의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중량감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개적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평가 절하하는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최고위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회를 겨냥해 “들러리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하면서 당내 주요 의사 결정을 최고위원회가 아닌 다른 인사들이 주도한다는 ‘당내 5인회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새 최고위원이 선출돼도 분위기 쇄신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의 역할이 미미한 상황에서 구성원 교체만으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원들도 당의 공식 직책을 맡기보다는 총선 준비를 위한 지역구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