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동 개혁 흔들리나…한국노총, 내주 경사노위 탈퇴 논의

7일 광양서 지도부 회의서 탈퇴 등 논의

개혁 반감에…간부 강제 연행이 ‘트리거’

역대 대통령, 한국노총 정책 파트너로

탈퇴 시 한국노총, 강경 노선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4월15일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김동명 위원장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4월15일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김동명 위원장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노동계 대표로 참여 중인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를 논의하기로 했다. 만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한다면, 앞으로 노동 개혁의 동력을 크게 잃을 뿐만 아니라 노정 갈등을 풀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처럼 강경 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짚힌다.



1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7일 광양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논의한다. 경사노위 탈퇴는 한국노총 집행부에 위임됐다. 이날 위원회의 결정이 사실상 탈퇴 논의 결론이란 얘기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한다면,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한국노총이 탈퇴 논의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방아쇠’는 최근 포스크 광양제철소에서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산하 노조 간부 2명의 연행이다. 한국노총은 경찰이 이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전일 더불어민주당과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한다. 간부 1명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봉에 머리를 맞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서울에 본부를 둔 한국노총이 중집을 광양에서 여는 이유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 논의는 예견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 개혁을 비롯해 국정 방향 전반에 대해 반대해왔다. 정부가 국고보조금 조사, 노조 회계 장부 제출 요구 등 노조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정책을 쓴 점도 한국노총의 반발을 키웠다.



우려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2021년 노조 조합원 수가 123만8000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42.2%를 차지하는 제1노총이다. 민주노총(41.2%)과 노조 지형을 양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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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오른쪽)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올해 2월 21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방문해 김문수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동명(오른쪽)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올해 2월 21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방문해 김문수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떠난다면 경사노위는 노사정 기구로서 역할을 못한다. 경사노위에 사(경영계)와 정(정부)만 남게 되면 경사노위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게 노동계의 일반론이다. 게다가 경사노위는 전문가 기구를 꾸려 노동 개혁 과제도 마련 중이다. 1999년 경사노위를 떠난 민주노총의 복귀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는 노동 개혁 동력의 상실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한국노총을 정책 파트너로 삼고 노동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1998년 취임 후에는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발족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노동계와 가장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평가된다. 당선인 신분에 이어 취임 이후인 2007년에도 고 노 전 대통령은 비정규직법에 대한 논의를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윤석열 정부와 인사, 정책 등 공통점이 많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으로 2008년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동계와 약속을 지키겠다”며 정책 연대를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노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 추진을 위해 노동계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 결과로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일명 양대 지침 추진으로 합의는 파기됐다. 당시 양대 지침을 반대하는 뜻으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탈퇴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양대 노총을 만났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과 당선인 신분으로 두 차례 한국노총을 찾아 현 김동명 위원장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작년 4월 한국노총을 찾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평가하지 않는 국가·사회·기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어느 때보다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를 탈퇴한다면 민주노총처럼 거리 투쟁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2월 양대 노총은 노동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연대 투쟁을 결정했다. 그 결과로 한국노총은 5월 노동절에 7년 만에 서울 도심 집회를 열었다. 이미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까지 총파업 등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노총이 탈퇴 논의를 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셈범도 복잡해지고 있다. 당정은 전일 노동개혁특위 확대회의에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내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노동계 반감이 큰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교체까지 제안한 참석자가 있다고 알려졌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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