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방문한 새만금 1공구 내 2차전지 소재 제조 기업 ‘이피캠텍’의 제2공장은 이달 10일 정식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새만금국가산단에 처음 세워진 2차전지 관련 공장으로 올 4월 준공했다. 전해질과 분리막 등 하루 최대 150톤에 달하는 2차전지 핵심 소재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성권 이피캠텍 대표는 “생산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과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 수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간척 사업지인 새만금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2차전지’ 산업의 핵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새만금의 문을 두드리는 2차전지 관련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간 새만금청과 입주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28곳 가운데 2차전지 관련 기업은 절반가량인 12곳에 달한다. 직전 정부 당시 입주 계약을 체결한 두 곳을 포함하면 총 14개 2차전지 기업이 새만금에 들어서는 것이다. LG화학·절강화유코발트, SK온, 중국 GE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2차전지 투자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만금산단에는 2차전지 벨류체인을 형성하는 기업들이 고루 포진돼 있다. 이피캠텍을 시작으로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입주가 줄줄이 이뤄질 예정이다. 2차전지 소재 전해질 제조 기업인 ‘천보비엘에스’는 지난달 새만금 산단에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9월 입주 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11월 준공 예정이다.
유망 기업 다수가 새만금에 새 둥지를 마련한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정부는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개발’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이달 28일 하위 법령 개정을 통해 새만금산단(1·2·5·6공구)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새만금산단 입주 기업은 3년간 법인·소득세 면제에 더해 이후 2년간 50%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신속한 인허가와 저렴한 분양가도 장점으로 꼽힌다. 산단 입주 계약부터 건축 인허가, 준공, 운영까지 모든 절차는 새만금청이 담당하고 있어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새만금산단의 분양가는 3.3㎡당 약 50만 원으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대표는 “제2공장을 지을 때 부지나 인허가가 중요했는데 새만금청의 배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입주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며 “입주 기업 대표자 간 활발한 네트워크가 가능하고 관계 기관과의 소통으로 건의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 구축도 활발하다. 새만금에는 공항과 항만·철도 등 대규모 물류 교통망이 마련된다. 새만금 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터미널 등 이용 시설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개항을 앞둔 신항만은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며 새만금항과 대야를 연결하는 철도는 기본계획 수립 단계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다음 달 남북도로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십자형 간선도로 구축도 마무리된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최근 새만금 입주가 증가하는 2차전지와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을 위한 지원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며 “2차전지 밸류체인 완성을 위해 입주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