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공무원들이 먹고 있던 수박을 나눠주지 않아 괘씸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면사무소에 방문했다는 작성자 최모씨는 당시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면서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했다. 이어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으니 다행이었지만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들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수박껍데기 정리하면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리까는 거 보면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요?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요?”라며 “연수는 왜 받으러 가나.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씨의 글은 1일 오전 기준 무려 77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9년에 올라온 서산시청의 공지글 조회 수가 3300건인 것과 비교하면, 단 며칠 만에 두 배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셈이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 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나라면 그냥 자리를 피했을 거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업무 처리가 빨랐다고 하니 노여움을 푸시면 좋을 것 같다”고 A씨를 타일렀다.
해당 댓글에 최씨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수박 못 먹어서 미XX 됐다. 민원인은 저 혼자였는데 지역민에게 그런 대접 가능하냐? 내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 아니냐?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게 맞느냐? 눈치 보면서 수박 씹어 먹는 게 맞냐?”라고 답글(대댓글)을 남겼다.
여기에 최씨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정말 보기 불편한 민원”이라며 “공무원도 민원인과 같은 사람인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셨길래 섬긴다는 단어를 쓰냐”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저도 공무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별 걸로 욕을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공무원을 얼마나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저런 표현을 하느냐”고 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파이팅”이라거나 “귀담아 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 등의 내용이었다.
서산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 공간이자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곳”이라며 “서산시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시민의 폭넓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나 건전한 사회통념 수준에서 용인되지 않는 모욕적인 언사를 게재하는 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