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유년 시절에 겪은 상처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때 선택지는 두 가지다.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가거나, 늦었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신간 ‘눈부신 안부’는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성실히 거짓말을 했던 ‘해미’가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해미는 책에서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친언니를 잃는다. 갑자기 장녀가 된 그는 자신도 언니를 잃은 슬픔이 크지만 엄마, 아빠를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한다. 엄마 따라 독일로 이주한 해미의 이같은 거짓말을 눈치채준 건 파독간호조무사였던 이모들이었다. 이모들을 통해 새로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미는 언니의 상실에서 비롯된 상처들을 극복하는 듯 싶었다. 이는 파독간호조무사 출신인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추리하는 모습을 통해 극대화된다.
친구들을 통한 상처 극복 시도는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치고 해미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중단된다. 이후 해미가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과거를 바로잡겠다며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기로 결심한다.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두 번의 큰 시도를 통해 해미는 상처를 극복하고 도약하는 데 손을 내밀어 준 타인들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유년 시절의 일들 역시 당시에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한다. 시간이 흘러 과거를 인정하고 온전히 자신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과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독자들 역시 각자 갖고 있던 상처와 그로 인해 현재 왜곡된 자신의 모습, 이를 극복하려고 했던 과거의 시도들을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 해미처럼 과거를 인정하고 극복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작가 백수린은 “이 책이 누구든 필요한 사람에게 잘 가닿아 눈부신 세상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서 선자 이모는 누군가에게 쓴 편지에서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라고 말한다. 책의 독자라면 다정한 마음으로 위로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등단 12년 만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이다. 2020년 세 번째 단편 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뒤 2021년부터 일 년간 계간 ‘문학동네’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것을 새 제목을 붙여 출간했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