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수배령' 푸틴 최측근 아들 도망가자…난감해진 이탈리아 왜?

미국의 기술을 빼돌린 러시아 사업가 아르템 우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미국의 기술을 빼돌린 러시아 사업가 아르템 우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미국의 군사 기술을 러시아에 팔아 넘긴 러시아 사업가가 이탈리아 사법부가 허용한 가택연금을 이용해 도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기술을 러시아에 팔아넘긴 혐의로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사업가가 미국 신병 인도를 피해 도주한 사건을 둘러싸고, 그의 가택연금을 허용한 이탈리아 사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러시아 국적의 사업가 아르템 우스(41)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알렉산드르 우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수출입업자로, 석유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사업 범위가 넓었다.

미국 수사당국은 지난해 초 우스가 독일 소재 무역업체를 이용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밀수하고 미국의 민감한 기술을 러시아에 판 혐의 등을 포착했다.

우스에 의해 러시아에 넘어간 미국 기술 가운데는 탄도미사일, 전투기, 스마트 탄약 등에 쓰이는 마이크로칩이 포함됐다. 이 칩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우스 부자가 러시아 정부의 "유해한 해외 활동"에 관여했다며 제재 명단에 넣었고, 아들 우스는 10월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모스크바로 갈 때 통상 중간 기착지로 택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우스는 밀라노 교외에 있는 구치소에 수감됐고, 미국은 "명백하고 상당한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이탈리아 법무부와 법원에 요청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우스의 신병 인도를 승인했다. 이대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우스에게는 최장 30년형이 선고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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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1월 25일 밀라노 법원의 판사 3명이 참여한 합의부는 가택연금으로 전환해달라는 우스의 청구를 받아들인다. 검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로마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탈리아 법무부에 즉각 서한을 보내며 반발했다. 미국이 이탈리아에 인도를 요청한 범죄 피의자 중 가택연금 상태에서 달아난 사람이 지난 3년에만 6명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탈리아에서 수배자가 가택연금을 허가받은 뒤 도망치는 일이 이미 알게모르게 '관행'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반복해온 우스는 올해 3월 22일께 예상대로 전자발찌를 끊고 모스크바로 도주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여러 대의 차와 세르비아 범죄조직이 포함된 일당의 도움을 받고 이탈리아 경찰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스는 4월 4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나는 러시아에 있다! 특히 극적이었던 지난 며칠 동안 내 곁에는 강하고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하다고 믿었던 이탈리아 법원은 명백히 정치적 편향을 드러냈다"며 "불행히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준비가 돼있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WSJ는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마찰을 낳았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에 맞선 서방 진영의 신뢰 받는 일원이 되고자 했던 이탈리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러시아가 간첩 혐의를 적용해 구금 중인 WSJ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 등 미국인 두 명을 빼내올 교환 대상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우스 소유의 국내 자산을 동결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특히 "(판사들이) 의심스러운 이유로 가택연금을 허가했고,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가택연금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카를로 노르디오 이탈리아 법무장관은 우스를 도로 수감할 방법이 없다면서 가택연금을 결정한 판사 3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중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판사노조는 노르디오 장관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며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WSJ는 결정에 관여한 세 판사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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