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국내 공영동물원에서 사용 중인 진정제·마취제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에서 주로 사용되는 진정·마취제 성분은 16종으로, 마취제로는 케타민·졸레틸·프로포폴·알팍살론, 흡입마취제로는 이소플루란·세보플루란이 있다. 진통제 부토파놀·레미펜타닐과 진정제 데토미딘·메데토미딘·자일라진·다이아제팜·에이스프로마진·로라제팜·아자페론 등도 활용된다.
하지만 코끼리와 기린, 얼룩말 등 대형동물에게 사용하는 대표 진통제인 에토르핀과 카펜타닐은 없다. 이들 약물은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으로 분류돼 수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동물원 관계자들은 에토르핀과카펜타닐이 대형동물에게 유용한 마취제라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몸집이 큰 대형동물의 마취 효과를 높여 외과수술 등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마취 장비로 주로 활용하는 '블로건(blowgun)'의 경우 약물 용량을 5㎖ 이상으로 늘릴 수 없어, 에토르핀 등과 같은 '저용량 고효율 약물'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해 투여 횟수를 줄여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이다.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인 김정호 수의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로처럼) 7발이나 맞고도 가만히 있을 동물이 많지는 않다"라며 "시민 안전도 있고 동물이 무사히 돌아오려면 약력이 큰 마취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고효율 마취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람에게 사용되거나 오남용되면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토르핀 약효는 모르핀의 50∼100배, 카펜타닐 약효는 모르핀의 1만배에 달한다.
외과수술이 아닌 생포 작전엔 강력한 진정·마취제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로의 경우 의료진이 세로가 흥분 상태임을 고려해 진정·마취제를 여러 번 나눠 서서히 투여하는 '적정(titration)' 요법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대형동물용 마취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수입할 수도 있다"라며 "정부가 취급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면 오남용 우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