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이 TV 수신료 징수 체계 개혁을 추진하는 대통령실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며 정면충돌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려는 제도 개선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개혁 강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사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요금에 합산돼 가구당 연간 3만 원씩(월 2500원) 부과되고 있는 현행 수신료 징수 체계에 대해 “지금의 수신료 징수 방식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수신료 징수 개혁 방안을 겨냥해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철회되는 대로 저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물러나겠다”고 밝혀 윤석열 정부의 수신료 징수 체계 개편이 마치 전임 정부 인사 몰아내기를 위한 정치적 조치이고 자신이 희생양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웠다. 김 사장은 “KBS 미래와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장 퇴임이 아닌) TV 수신료 분리 징수”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의견은 사실상 준조세인 TV 수신료를 강제로 징수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공정한 공영방송과 방만한 경영의 개선을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공영방송과 방만 경영이 개선될 수도 있겠으나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통령실의 이번 KBS 수신료 징수 체계 개혁 방안은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제안 토론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해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여론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권고한 상태다. KBS 수신료와 전기료가 합산돼 통합 징수되는 현행 체계는 1994년부터 시행돼왔으나 모바일 기기 및 IPTV 등의 보급과 온라인콘텐츠 확산 속에 지상파 TV의 주요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데다 아예 집에 TV조차 두지 않는 가구가 늘면서 “시청하지 않는데 왜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합산해 강제 부과하느냐”는 국민적 공분이 높아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