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대표이사로 뽑을 새로운 사외이사 최종 후보 7명을 추렸다. 또 정관상 대표 자격에서 외부 인사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과 관련한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최양희(68) 한림대 총장과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을 맡았던 윤종수(65)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 보수정권에서 장차관을 지낸 인사들이 포함된 데다 외부 인사에게 ‘허들’로 작용했던 ICT 전문성 규정이 없어지면서 정부 여권이 미는 ‘낙하산 인사’가 새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지배 구조 개선안에 따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7명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를 추천했다고 9일 밝혔다. 최 총장·윤 고문과 함께 곽우영(67)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59)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64)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61) KCGI 글로벌 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56)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명단에 들었다.
최 총장은 한국전기통신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서울대 인공지능(AI)위원회 초대위원장, 미래부 차관, 포스코ICT 사외이사 등을 거친 ICT 전문가다. 윤 고문은 환경부 차관 등을 거쳐 현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 미디어 전문가인 김 교수는 현 정부의 범정부 미디어 전략을 짜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곽 전 센터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차량IT융합혁신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냈으며 LG전자에서 전자기술원장 등을 맡아 ‘초콜릿폰’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안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대표 등을 거쳐 셀트리온제약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 대표 파트너는 JP모건 체이스, UBS증권 한국리서치센터장, SK텔레콤 인수합병(M&A) 부문 담당 전무, 케이글로벌자산운용 ESG부문 대표를 맡았고 현재 경희학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조 교수는 애큐온캐피탈 사외이사,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을 거쳐 삼성SDS 사외이사로 있다.
KT는 이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들의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후 다음 달 말을 목표로 차기 대표 인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주총에서는 대표 후보의 자격 요건에서 기존 ‘ICT 분야 지식과 경험’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다뤄질 예정이다. 새 정관에서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은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으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노조 등 회사 안팎에서는 내부 출신에 유리한 내용을 없애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는 사전 정비 작업이라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가 ICT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으로 확대했다”면서 “ICT를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따른 변화”라고 해명했다.
KT는 기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상설화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회의 사내이사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며 주총 의결 기준을 찬성표 50%에서 60%로 상향함으로써 대표 선임의 공정성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대표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