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서양 선언






1941년 8월 14일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대서양의 영국 군함 프린스오브웨일스 함상에서 만나 ‘대서양 헌장’으로 알려진 미영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대서양 헌장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침략 금지, 영토 확장 중단,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해방 등 8개 조항을 담고 있다. 이는 두 나라의 각별한 동맹 관계를 유지시키는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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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1946년 미국 미주리주 풀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영어 사용권 국가들 간의 형제애적 연대와 단합을 촉구하면서 영연방과 미국 사이의 ‘특수 관계’를 강조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와 영국의 식민지로 시작해 1776년 독립한 미국의 역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03년 미국 주도로 벌어진 이라크 전쟁에서 양국은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미국의 푸들’이라는 조롱까지 감수하면서 일관되게 미국을 지지했다. 두 나라가 1946년 외국의 통신 정보를 제한 없이 공유하기 위해 맺은 ‘미영 통신정보협정’에서 출발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앵글로색슨 국가들의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국은 2021년 ‘신대서양 헌장’ 발표로 새로운 밀월 관계를 맞았다. 그해 6월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만나 민주주의 수호와 사이버 공격 대응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 국민 사이의 특수 관계를 확인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1세기 미영 파트너십을 위한 ‘대서양 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주요 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주권·영토와 국익을 지키려면 독자적 힘을 키우면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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