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1일(현지 시간) 평화 목적의 핵 활동이 보장된다면 서방과 핵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란 간 핵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던 가운데 이란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가 긍정적 발언을 내놓으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원자력 성과 전시회'에 참석한 뒤 연설에서 "이란의 원자력 산업 인프라가 온전히 유지된다면 서방과의 핵합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면서 자국 핵 활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에 평화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무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주 이란과 미국이 임시 핵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양국 정부가 모두 해당 소식을 즉각 일축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축소하는 대가로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해주는 방안에 대해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맞서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듬해부터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였으며 농도 상향 목적이 핵무기가 아닌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 들어 핵합의 복원 회담이 시작됐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9월 이후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이라크 내 동결 자금이 해제되고 미신고 지역 핵물질에 대한 IAEA 조사 일부가 종료되는 등 양국 간 기류 변화 조짐이 나타나며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