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쿠팡 "CJ 빠져 中企 빛봤다" 납품가 갈등 장기화하나

쿠팡·CJ제일제당 반년 넘게 납품가 갈등

상대 배제하고 업체 모아 진영 구축 강화

'쿠팡·중소 제조사' VS 'CJ·유통 채널들'

CJ, 네이버·컬리 등 이어 신세계 3사까지

파트너십에 공동 상품개발 등 연합군으로

'反쿠팡' 공세 수위 높아지자 쿠팡도 맞불

'독점기업' 강한 수위 CJ 겨냥 보도자료 내

납품가 이견에서 시작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이 쿠팡에 주요 품목 납품을 중단하자 쿠팡은 중견·중소업체 제품으로 빈자리를 대신하면서 ‘독점 대기업이 빠지면서 중소·중견기업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쿠팡 외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 다른 유통 채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사진 제공=각사납품가 이견에서 시작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이 쿠팡에 주요 품목 납품을 중단하자 쿠팡은 중견·중소업체 제품으로 빈자리를 대신하면서 ‘독점 대기업이 빠지면서 중소·중견기업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쿠팡 외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 다른 유통 채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사진 제공=각사




각각 유통·제조사를 대표하는 쿠팡과 CJ제일제당(097950)의 납품가 갈등이 ‘상대 배제·자기 진영 강화’의 형국으로 흘러가며 심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남품가를 무리하게 낮췄다’며 직매입 납품을 중단, 다른 유통 채널들과의 협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쿠팡 역시 ‘이번 갈등은 상대방의 과도한 요구가 원인’이라며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중소제조사를 비롯한 ‘비(非) 제당 제품’으로 채우는 맞불로 대응하고 있다. 반년 넘게 이어진 양사의 대립은 지난 8일 쿠팡과 ‘유료 멤버십’ 유치를 두고 경쟁 중인 신세계(004170)의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을 계기로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이 이날 출범 일정에 맞춰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 개발에 나서고, 이들 플랫폼에서 선(先) 론칭한다’는 내용의 협업 계획을 발표하며 ‘반 쿠팡 연대’ 공세 수위를 끌어 올리면서다.


CJ제일제당 겨냥한 ‘독과점 식품 기업’ 비판


쿠팡이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 중단 이후 중소·중견 즉석밥 식품업체들의 판매 신장률 현황/자료 제공=쿠팡쿠팡이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 중단 이후 중소·중견 즉석밥 식품업체들의 판매 신장률 현황/자료 제공=쿠팡


11일 쿠팡은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식품 시장에서 수십 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석밥을 비롯해 식품 품목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했던 후발 업체들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함께 덧붙였다. 보도자료의 ‘독과점 대기업’은 실명을 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CJ제일제당을 겨냥한 것이다. 쿠팡은 올해 들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자료에서는 그간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던 중견 기업들의 쿠팡 내 판매량은 물론, 업체명도 이니셜을 통해 추측할 수 있도록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자료에는 ‘중견 기업인 H사의 프리미엄 즉석밥은 지난해 동기 대비 4760%, D사의 즉석밥은 140% 신장했고, 중견 기업 O사는 쿠팡 내 판매량이 독과점 대기업 식품사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H사는 하림, D사는 동원, O사는 오뚜기다. 쿠팡은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의 발언을 빌려 ‘특정 브랜드 인지도에 집중하기보다 제품력과 상품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공정한 판매 생태계가 조성됐다’며 CJ제일제당을 비판했다.


‘쿠팡 vs CJ’ 갈등서 ‘연합 다툼’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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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주요 식품 제품들/사진 제공=CJ제일제당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주요 식품 제품들/사진 제공=CJ제일제당


이 같은 강공 모드는 연일 ‘반 쿠팡 연대’를 확장 중인 CJ제일제당에 대한 맞불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쿠팡과의 납품가 갈등 및 납품 중단 이후 자기 진영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 컬리, 티몬, 11번가, GS샵, SSG닷컴 등과 자사 제품의 기획전을 잇따라 연 것은 물론, 쿠팡과 같은 이슈로 대립 중인 LG생활건강과 연합 프로모션도 펼쳤다. 이에 쿠팡은 그간 다른 업체들과 진용을 꾸려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며 대응해 왔지만, 적절히 수위를 조절하며 원만한 사태 해결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지난 8일 CJ제일제당이 또 다른 유통 공룡 신세계와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하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자 이전보다 다소 센 반격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물러설 수 없는 상대 신세계(멤버십)·CJ(납품가)
2개 전선(戰線) 연합에 쿠팡도 공세 수위 높여


쿠팡은 자사 내 판매 1위였던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들의 납품이 중단되자 중소·중견업체들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사진 제공=쿠팡쿠팡은 자사 내 판매 1위였던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들의 납품이 중단되자 중소·중견업체들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사진 제공=쿠팡


앞서 8일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열고, ‘신세계 유니버스’라는 통합 유료 멤버십을 출범했다. 1년에 연회비 3만 원을 내면 가입비에 상응하는 3만 원의 캐시백을 돌려주고,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과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어디서나 온·오프라인 상시 5% 할인을 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유통업계가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유료 멤버십을 개편·확대하는 가운데 신세계 유니버스는 회원 1100만 명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쿠팡 와우 멤버십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이날 신세계 유통 3사와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알렸다. 양사는 전략 상품을 이마트, SSG닷컴, G마켓 등 신세계 플랫폼에서 우선 선보이고, 향후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유료 멤버십’, ‘납품가 이슈’라는 물러설 수 없는 두 전선(戰線) 의 막강한 상대들이 연합해 선전 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양측 “사태의 원만한 해결” 불구 장기화 불가피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납품가 갈등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다른 플랫폼과 기업, 경쟁 구도 등 유통업계의 다양한 이슈와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대 배제와 비판 강도가 거세지고 있어 양측의 갈등 봉합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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