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삼성'하면 TV, 스마트폰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유럽에서 발매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명을 읊어주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죠. 하지만 올 하반기부턴 달라질 겁니다. ”
8~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서 만난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장(부사장)은 "유럽에서 쌓아온 제품 신뢰도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학회가 열린 4일 내내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를 지키며 유럽 현지 의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독일 출신인 그는 제약업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현지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한국에 들어와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다국적제약사에 입사해서도 한국법인과 싱가포르 지사를 거쳐 독일법인장으로 수년을 보냈기에 독일은 물론 유럽 의약품시장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바이오젠, MSD(현 오가논)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들과 손잡고 현지 의료기관에 바이오시밀러를 유통하며 처방 현장에서 신뢰가 쌓이길 기다렸다.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 10개로 늘어나고서야 혈액질환 분야 첫 제품인 '에피스클리'를 앞세워 해외 학회에서 단독 부스를 차린 건 그런 이유였다. 처음으로 회사명을 연상케 하는 제품명을 붙인 데서도 달라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에피스클리의 오리지널 제품인 '솔리리스'를 처방 받으려면 한해 약값만 4억 원이 든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약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정부가 약값을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은 바이오시밀러 발매 전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스웨덴 정부는 벌써부터 환자들에게 '곧 바이오시밀러로 처방이 바뀔 것'이라고 안내한다. 값비싼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바이오시밀러로 변경하면 국가 재정을 아낄 뿐 아니라,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주 간격으로 맞는 솔리리스보다 반감기를 늘린 '울토미리스(성분명 라불리주맙)' 처방 환자까지 바이오시밀러 전환을 고려하는 국가들도 있다.
노바티스,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들이 차린 대형부스 사이에 자리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에 현지 의사들이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던 건 그런 배경에서다. 박 본부장은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발매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PNH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도 다음달 빅매치를 앞두고 있다.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특허만료에 맞춰 연말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해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테바, 산도스 등 10개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줄줄이 출시한다. 휴미라는 미국에서만 24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을 형성 중이다. 박 본부장은 "2~3년 이내에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 선두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며 "2018년 유럽에서 5년 가까이 축적된 '임랄디(하드리마의 유럽 제품명)' 처방 데이터를 발판 삼아 유럽 성공 신화를 재현하겠"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임랄디는 휴미라 특허가 일찍 만료된 유럽에서 암젠과 1, 2위를 다투는 바이오시밀러 선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리얼월드(실제 환자 대상 처방) 데이터가 하드리마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저농도 제형에 이어 지난해 8월 고농도 제형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제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사보험사가 의약품 점유율에 끼치는 영향력인 미국 의약품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보험등재 리스트에 포함시키기 위한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하드리마는 제품 제형부터 농도, 상호교환성 임상에 이르기까지 발매가 예정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10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스펙을 갖췄다"며 "에피스클리와 함께 회사가 한단계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