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변형석(가명) 씨는 친구들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로 종종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카카오톡은 수업과 관련한 팀 프로젝트 과제 논의나 가족 간 채팅방 등 다수의 사람과 소통할 때 주로 사용한다. 변 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카톡으로 공유하려면 해당 링크를 복사해 다시 전달해야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DM으로 즉시 공유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무엇보다 DM으로 사진을 보낸 후 상대방이 확인하면 즉시 사진이 삭제되는 기능이 있는 인스타그램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에 자주 쓴다”고 말했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카카오톡의 시장 지배력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DM을 활용하는 10대와 20대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카카오톡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인의 연락처를 몰라도 팔로만 하면 DM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스타그램의 장점으로 꼽는다. 전화번호 교환을 꺼리는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난 지인에게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된 QR코드를 스캔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은 후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DM 사용 비중은 10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나스미디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대의 인스타그램 DM 이용률은 무려 69.2%에 달한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인스타그램 DM 이용률도 47.9% 수준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수치 역시 비슷하다. 해당 조사에서 10대의 인스타그램 DM 이용률은 52.3%로 2019년 조사 당시 수치(20.0%)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물론 아직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크기는 하다. 실제로 10대들의 카카오톡 이용률은 95%대에 이른다. 문제는 청소년 또는 청년들의 카카오톡 이용 형태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40대 이상이 지인과의 대화는 카카오톡을 주로 활용하고 공적인 업무 관련 연락은 문자메시지를 주로 활용하는 것처럼 10대와 20대는 인스타그램 DM을 사적인 영역에서, 카카오톡은 다소 공적인 영역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이 인스타그램을 즐겨 이용한다는 것은 앞으로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디어웨어에 따르면 4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대 앱에 인스타그램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10대와 20대에서는 4위, 30대에서는 6위를 기록 중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모든 세대에서 인스타그램이 ‘이용률 톱5 앱’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이미 커뮤니티 서비스 시장에서 절대적이다.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0·20·30대의 인스타그램 이용자 비율은 각각 90.8%, 91.2%, 92.0%에 달한다. 사용자 수도 네이버를 앞섰다. 아이디어웨어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내 인스타그램 앱 사용자 수는 전년도(1906만 명) 대비 10% 이상 늘어난 2167만 명에 달한다. 반면 한때 1위를 차지했던 네이버밴드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2016만 명에서 1944만 명으로 줄었다. 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 역시 올해 이용자 수가 8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120만 명 감소했다.
카카오는 구글의 유튜브와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 형태가 모바일 메신저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이용자 시간 점유율 확대가 중요한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웨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4690만 명으로 유튜브(4498만 명)보다 많지만 총 사용 시간에서는 66억 시간에 머물러 175억 시간을 기록한 유튜브에 추월당했다. 나스미디어가 국내 인터넷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최근 1년 새 이용이 늘어난 서비스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라고 답한 이들이 29.2%로 메신저(12.6%)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유튜브 이용률은 10대(94.8%), 20대(96.3%), 30대(91.4%), 40대(87.6%), 50대(89.5%) 등 세대를 가리지 않고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국내에서도 카카오만큼 확실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의 경쟁 업체는 닌텐도’라는 말이 있듯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여타 플랫폼 대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중요 포인트라는 점에서 유튜브의 성장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가 독과점 이슈 등으로 국내에서 규제 압박을 받는 사이 메타와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및 SNS 시장에서 차근차근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어 성장성과 수익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