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쿠바 도청 기지’를 놓고 미중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어 블링컨 장관의 방중 취소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링컨 장관은 12일(현지 시간) “우리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면서 “전 정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그런 도전을 다루려는 일부 시도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익명의 당국자가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언급했으나 미국의 외교 수장인 블링컨 장관이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쿠바 도청 기지와 관련된 일련의 보도와 블링컨 장관의 발언이 방중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언비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런 행위가 중국과 쿠바의 우정을 파괴할 수 없고 세계 각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도청을 하는 미국의 악행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는 이날 안보상 우려와 인권침해 관련성을 이유로 중국 기업을 무더기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총 43개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31곳으로 중국항공산업(AVIC), 프런티어서비스그룹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중국의 군사 현대화와 관련돼 있다고 미국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양국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조짐이지만 ‘정찰풍선’ 당시처럼 외교 일정이 파행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소통 라인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며 쿠바 도청 기지 사태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