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손해배상 소송) 실태조사 결과는 법원에 의해 (손배소가) 상식적으로 걸러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작년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
대법원이 15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입법 취지와 닮은 사건에 대한 판단은 이 법의 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을 가열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현장에서 기업의 과도한 손배소로부터 노조를 보호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노란봉투법 제정 없이도 법원이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판단한 측면만 놓고 보면 입법 반대론에 힘을 싣을 수도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판결은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제정을 원하는 이유와 고용부가 노란봉투법 제정을 반대하는 논리와 모두 맞닿아있다. 이 장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장과 지난 2월 관훈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반대의 이유 중 하나로 고용부의 노조 손배소 판례 분석 결과를 제시했었다. 이 장관은 관훈토론회에서도 “현재도 노조가 법을 지키고 수단과 절차, 목적이 정당한 파업을 하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이 면책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작년 10월 고용부는 200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노조에 대한 손배소송 151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인용률이다. 판결이 선고된 73건 중 인용된 사건은 49건으로 인용률은 67.1%를 기록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손배소 인용률(1심 기준)인 44.7%보다 20%포인트 가량 높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인용률이 높다는 점을 타당한 소송의 근거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노동계 주장처럼 기업이 노조에게 터무니 없는 소송을 남발한 것인지에 대한 반대 논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날 대법원 판결은 현재 법원이 부당하고 과도한 손배소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인용률이 낮다고 판단할 때 가능한 해석이다. 이 장관도 작년 국감장에서 “인용률과 인용 수준과 부당노동행위 제도 등을 봤을 때 노동조합에 대해 악의적인 부분은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입법론 보다 해석론으로 가는 게 유연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입법의 필요성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기업이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소송을 했다는 점을 방증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손배 책임이 헌법 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