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브랜드 ‘해피트리’로 잘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지난달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신일을 시공사로 선정했던 정비사업 조합의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일이 시공권을 포기할 경우 사업 주체인 조합이 승계 시공사를 선정해 준공에 나서야 하는데 원자재 값 상승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발생 비용을 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시공 보증에 가입해도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분양 보증을 통해 보호받는 일반분양자와 달리 조합원은 사업의 주체라는 이유로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13위인 신일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신일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던 조합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일이 시공하던 현장은 총 11곳이다. 이 가운데 조합이 사업 주체인 현장은 △울산 온양발리 신일 해피트리 더루츠 △덕소 강변 신일해피트리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더루츠 △개봉 해피트리N루브르 등 4곳이다. 개봉 해피트리N루브르를 제외한 3곳은 일반분양까지 진행됐다. 이들 현장 3곳은 신일이 단독 시공사여서 공사까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이번처럼 조합이 진행하는 주택 사업의 공사가 시공사의 유책으로 중단되는 상황에 대비한 보험이 마련돼 있기는 하다. 바로 ‘조합주택 시공 보증’이다. HUG와 SGI서울보증보험·건설공제조합 등이 운영하는 시공 보증은 주택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의 시공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시공 책임 등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사가 시공 이행과 손해금 지급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등은 사업 진행 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품에는 한계가 있다. 조합이 아닌 보증사가 최종적으로 이행 방법을 선택하며 이행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시공 이행이 이뤄질 경우 보증사는 신일에 이어 공사를 진행할 승계 시공사를 선정한다. 최근 몇 개월간 공사비가 급증한 만큼 승계 시공사 선정에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손해금 지급으로 이행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대단한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증사는 조합의 기지급 공사비가 시공사의 기성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차액을 손해금으로 산정해 지급하는데, 통상 공사비는 공정률에 따라 후지급되는 만큼 기지급 공사비가 기성 금액을 초과하는 일은 없다는 게 건설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앞서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현장의 조합도 공사가 중단되자 HUG에 시공 보증 이행 청구를 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손해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증사 관계자는 “디벨로퍼가 시행하는 여타 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조합이 수익과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개별 조합원들이 보는 피해는 안타깝지만 조합이 사업의 주체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공 보증 상품은 일반분양자와 달리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만들어진 상품인데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