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교육 밖 ‘킬러 문항’ 배제 신속 시행으로 ‘공정 수능’ 이뤄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교과과정 밖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와 여당은 19일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협의회’를 열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를 배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면서 “우리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공정한 수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킬러 문항을 배제하더라도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면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능의 킬러 문항은 고비용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황폐화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2020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문제를 올린 뒤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질타했다. 해당 문항은 자기자본과 위험가중자산·바젤협약 등 경제 전문 용어들이 등장해 ‘일타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고난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수능 영어 23번 문항 지문이 모 학원의 모의고사 지문과 흡사하다는 논란까지 빚었다. 대형 학원들은 킬러 문항에 대학 입학이 좌우된다면서 ‘공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입시를 다루는 교육 관료들과 사교육 시장의 주류를 겨냥해 ‘이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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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인 사교육을 부추기고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잘못된 대학 입시 제도는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5조 9538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 저출산과 부의 양극화 심화 등을 초래하고 있다. 다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므로 신속한 논의와 시행을 통해 변별력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출제해야 일각의 혼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당장 9월 모의평가부터 시행하되 교과과정 내 ‘준킬러 문항’을 많이 개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일이다. 학생들이 일부 학원의 돈놀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입시 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 등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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